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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막내작가 Oct 09. 2021

코딱지만한 내게 내리신 그 커다란 손

: <사고를 쳤다>  에필로그

 이전 글 ⌜사고를 쳤다⌟편을 쓴 후, 며칠 동안 마음에 들러붙은 끈끈한 감정을 떼어내려 애를 썼다.

 애를 쓰면 쓸수록 옷에 붙은 껌처럼 잘 떨어지지 않았다. 신발창에 묻어버린 개똥처럼, 마음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은 엄마를 걱정시키고, 그분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그분에게 사고뭉치다.

 그런 내게 가만히 다가오시는 분.

 코딱지만한 내게 내리신 그 커다란 손이, 부끄럽고 못난 나를 토닥이신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안 그럴 수 있잖아~~"




13살 조카: 

 이모, 나는 하나님이 진짜 있는지 모르겠어.

 안 믿겨.


이모: 

 그래? 


13살 조카:

 이모는 믿어?


이모: 

 응~~ 이모는 믿고 말고 할 게 없어.

 하나님을 진짜 만나버려서, 안 믿으래야 안 믿을 수가 없어.


13살 조카: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은 없다고 말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야?


이모:

 아마 '큭큭큭' 웃을 것 같아. 마음속으로 '하나님 진짜 계시는데~~' 하면서.

 아니면, '어! 하나님 진짜 계시는데! 빨리 알려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워할 것 같아.


13살 조카: 

 만약에.. 진짜로 만약에 하나님이 없으면 이모는 어떨 것 같아?


이모: 

 음....

 만약에... 진짜로 만약에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이모 삶은 참 기분 좋은 꿈, 행복한 꿈인 거지.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고 살면서 참 행복했으니까, 이모 삶은 너무나 달콤한 꿈인 거지.



 오늘도...

 당신을 찬양하는 입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당신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당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당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만을 위해 징징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게 내리시는 그 커다란 손을 나는 느낍니다. 날 향한 당신의 사랑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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