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 한 봉지에 숨겨 둔 묵직한 한방
박한솔 작가 《러브 알러지》 리뷰
가볍고 편안하게 읽힌다.
더불어 섬세한 서술이 돋보인다.
'결핍', '회피'란 키워드가 보편화된 요즘이다.
고루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될 수 있다.
BUT, 작가는 주인공 휘현이 사랑의 감정을 겪는 남자 이든에 대해 '인간 알레르기'란 질병을 갖게 된다는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묘사 속 인간의 외로운 본질을 포착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샤갈의 그림 손 잡고 하늘을 나는 연인을 보며, 손을 잡아준 사람이 있었다면 엄마도 지금 날 안 버릴 수 있었을까? 라고 말하는 이든의 대사가 놀라웠다. 그리고 인간을 믿지 못하는 휘현이 그만의 방식으로 이든을 위로하는 아이스크림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소재가 조금 난해할 수 있을 텐데, 일상 속 서로에게 한발자국씩 다가가는 휘현과 이든의 이야기가 묘하게 각인이 된다.
나중에 드라마, 영화로 이들의 만남이 펼쳐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떠올랐다. 버려진다는 게 얼마나 아프고 쓰린 일일지, 감히 그 슬픔을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용납받지 못하거나 외면 당했던 시간을 온 몸으로 기억한다. 휘현이 전 남자친구 도하로부터 겪었던 상처로 열이 나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신경쓰지 말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한 장면이 마음이 아팠다. 뭔가 날것의 감정 하나가 건드려진 거 같아서.
일기장 한 장면을 본 것 같은 진솔함과 명쾌한 상상력이 글의 매력인 것 같다. 인위적인 부분(세진과 같은 인물)이 아쉽기는 하였으나 오랜만에 누군가의 글을 보고
울어본다.
요즘 드는 자괴감 중 하나는 세상엔 너무 빛나는 것들이 많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이 글의 반짝임은 왠지 응원하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