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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May 06. 2023

달까지 가자, 지금 아니면 못 가!

한탕주의라고 욕할 수 없는 이유

코인, 주식이 대박이 나서 빌딩을 살만큼 돈을 벌 확률은 얼마나 될까 ?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2018년 주식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류를 반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문학이 자본의 움직임과 반대의 길을 가야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허문다. 이더리움으로 쉽게 돈을 버는 걸 문학이 옹호해도 괜찮은가 라는 의문은  물려받은 자산이 없는 자녀들의 삶의 슬픔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정당함을 부여한다.


부모로부터 부동산, 자산을 물려 받았기 때문에 박봉이어도 좋은 사람일 수 있는 사람들.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하며 목돈을 모아야 겨우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마론제과 비공채출신

다해,은상,지송. 조용히 반란을 꿈꾼다.


원룸에 높낮이가 없는 방 구조로 신발의 먼지와 흙, 욕실의 물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1평은 바라지도 않는다. 생활의 질은 0.2평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름 휴가로 떠난 제주도에서는 바퀴가 360도로 온전히 회전하는 캐리어 가방 하나만으로도 삶의 질이 다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 주인공은 부의 불평등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가지지 못한 자신을 향해 죄책감을 보인다는 데서 이 작품의 특별함을 발견했다.

이들이 전재산을 다 걸어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건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보다 딱 한뼘만큼만 잘 살고 싶어서. 침대 하나 온전히 놓는 0.2평을 마련하고 싶고, 잘생긴 남자친구와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고작 그런 이유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 착각하는 기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특정한 누군가만 열 수 있다. 지송이 여행에서 '자연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은상이 비웃을 수 있었던 건 제주도까지 오고, 먹고 자고 하는 데는 이미 수많은 자본, 그 기본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지불되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랄게 따로 없다. '존버'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이더리움의 불안성, 전재산을 잃을 수 있는 순간에도 매각하지 않고 일단 버티는 것. 그 버티는 힘의 원동력은 지독한 현실인증이다. 그 재산이 있으나 없으나 이미 내 삶은 끝났다.

10년 넘게 모아 온 돈을 달이라는 환상을 향해 가는 티켓값으로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눈물나는 존버의 삶.


소확행 같은 걸로 나는 행복하다고 믿게 만드는 정신승리도 내가 흘려야 할 눈물을 회피하게 만드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이판사판, 모아니면 도에 걸자는 한탕주의 사고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자산이 부족한 삶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삶의 가치가 부의 유무로만 귀결되는 건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잘 살고 싶어도 잘 살 수 없는 개천용 바이바이 시대가 된 건 맞는 노릇이니.

이 깊은 허무와 슬픔을 어떻게 위로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려나, 주식과 코인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너무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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