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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Apr 28. 2024

평생 찌질하게 살겠다

옷가게가 무섭다

옷가게의 문턱을 넘는 건 언제쯤 편안해질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왜 말을 더듬고, 피팅하는 순간 사야하는거라 생각해버리게 되는 걸까.  왜 가게 사장의 마음에 지나치게 몰두해

나 자신을 손놈으로 생각하며 어리숙한 소비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까.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산 프릴 옷들의 폐해를 경험한지 얼마나 됐다고 왜 돈을 내면서 나를 을병정으로 만드는 것인가.


많은 이에게 쇼핑은 행복하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거라는데 나는 왜 옷을 사면 머리가 아픈 것인가.

왜 교회에 비치된 옷 수거함이 생각나는 것인가.


경직된 인간은 불쌍하단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사가 생각난다.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특히 타인과 접촉하는 순간 나를 버리면서 어거지로 버티는 습성은 건강하지 못한 거다.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방어하며 살다보니 습관이 돼서 그렇다.

웃기 싫을 땐 안웃어도 된다. 먹기 싫을 땐 정중히

거절하면 된다. 잘 모르겠으면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다고 하면 된다.


옷을 사면 사장님의 매출을 올려드리는 뿌듯함보단 내가 이 옷을 입고 돌아다녔을 때의 기쁨을 생각하며 옷을 사는거다. 당연한 생각을 왜 못하고 살게 된 걸까.

참 못났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는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마음의 가난함은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지만, 이런 구겨짐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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