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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Jul 30. 2024

결국엔 미운 것

미워하는 감정이 일어나면 괴롭다.

덮어놓거나 희석하거나 손절하거나 어떻게 해서든

미움을 밀어내는 편이다. 보통은 인연을 끊으면 미움도 멈추는 편인데 최근의 미움은 손절해도 마음을 갉아먹는다. 하루에도 몇번을 쓰러지고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 <디어마이프렌즈>를 봤다.


노희경 작가님의 글은 인간의 민낯, 얄미움, 커다란 잘못들이 한 장면 아래 엉키어 있다.

치졸한 감정들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치사스런 한 사람의 한숨과 눈물, 한마디만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둥글게 담아낸다. 어느 순간 까탈스럽고 손이 많이 가는 희자 이모도, 계산적이고 속물적인 충남 이모도, 못된 말만 골라해대는 석균 삼촌도 자연스럽고 예쁜 저마다의 꽃으로 향기를 더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이땅에 작가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수많은 미움과 다툼으로 다친 마음을, 자기 자신조차도 잊어버리게 되는 상처를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 아닐까. 그런 상처투성이 못난이들에게 그럼에도 당신이 소중하다고 속삭여주는 쓸모없는 위로가 견고한 미움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아이스크림 통에서 고른 빵빠레가 절대 안녹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아이스크림의 고집스러운 단단함이 매력적인 맛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빵빠레를 먹으며 걷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결국 혼자 먹는 인생, 그 고집스러운 단단한 초코 성에가 서글픈 밤이다. 아 결국은 미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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