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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잼 Jul 23. 2019

소나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절대 당황하지 말고...!



낭패다.

퇴근 길 들린 서점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오자 소나기가 마중나와 있었다.

조만간 그치겠지, 차라리 우산을 사

카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지인들의 충고를 듣는 둥, 마는 둥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보며 뛰쳐나갈 타이밍만을 재고 있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은 아무 색이 없는 얼굴로 소나기를 귀찮아 하며 지나갔다.

온 도시가 물빛으로 물들어 색을 잃어가는 듯 했다.

깊이 우산을 눌러쓰고 바삐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 때,


한 커플이 손을 다정히 잡고 횡단보도를 뛰어 왔다.

같은 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고, 손을 마주잡고

이 비가 마치 꽃비라도 되는 듯 얼굴 가득 만연한 흥분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채색으로 잠잠하던 거리에 이 두 사람의 얼굴만이 또렷한 색으로 빛이 났다.

그들이 지나간 뒤 한참이 지나도록 나는 소나기를 피하며 서 있었다.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그래, 좋은 때지. 지금은 이 비 마저도 추억같고 이벤트 같겠지.


아니, 부럽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그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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