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사랑의 추억
알라딘 실사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중2가 된 조카와 함께 디즈니를, 그것도 애니가 아닌 실사로 보게 되는 날이 올지 몰랐다.
디즈니 ost는 내 중학생 시절 전반에 흐르는 BGM이었다.
당시 새로 오신 영어 선생님이 영어 수업 자료로 디즈니를 많이 사용하셨고, 우리 사이엔 유행처럼 애니메이션의 OST 테이프를 주고 받으며 노래를 불렀다.
내가 중3되던 해, 학교 축제 때 함께 알라딘의 OST인 'A whole new world'를 함께 부르지 않겠냐고 영어 선생님이 제안을 하셨다. 짝사랑하던 영어 선생님과의 듀엣이라니... 한없이 부끄럽고 쑥쓰러웠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니 마지막 추억이 될 터였다.
첫 무대의 감각, 첫 사랑의 기억, 가늘게 떨리던 내 목소리
무대 앞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내 눈에는 온통 빛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매직 카펫은 강당 무대 위, 내 중학시절을 온통 애태우게 했던 영어 선생님과 함께 본 처음이자 마지막 풍경이었다.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감정이 다시 생각난다.
나에겐 첫사랑과도 같은 노래다.
그때의 나와 같은 나이가 된 조카에게
- 이모는 자스민 공주였어
라고 했더니, 온갖 욕을 담은 얼굴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제스처로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