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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잼 Jul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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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누가 나의 수목을 책임져 주나요?



 난 TV 앞에 매여 있는 시간이 싫다. 방송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TV 앞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는 게 싫다.

그렇기에 웬만한 프로그램은 핸드폰 어플로 보는 나를 오랜만에 본방 사수하게 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끝이 났다. 더 보고 싶어 아쉬운 느낌보다는 후련한 기분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당연히 오진우가 백마의 기사로 나타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여자로 시작해서 여자로 끝나는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드라마였다. 짝짝짝





 다분히 페미 성향이 느껴졌지만 그걸 감추려고도 돌려 말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부분도 좋았다. 송가경과 차현의 살짝 애매모호한-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법한 감정선이 불편하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일하는 여성, 회사에서 고군분투하고, 남자 못지않게 능력 있고 당당하고, 싸울 아는 여성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좋았다. 보통의 드라마를 보면 연애가 하고 싶어지거나, 남의 연애를 지켜봐야 하나 싶어 노처녀 히스테리를 발동 시켰다면 드라마는 연애보다는 일이 하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들의 연애 이야기도 좋았다. 차현과 차현의 배우 설지환의 연애는, 그들의 기럭지에 비해 너무나 유치찬란하고 귀엽고 순진해서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고, 배타미와 박모건의 연애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날 밖에 없는, 달라질 없고 헤어질지도 모르지만 현재에 충실한, 어쩌면 지금의 현실에 가장 맞닿아 있는 연애처럼 보였다. 가장 성숙한 어른의 사랑을 보여준 송가경과 오진우. 오진우님, 아직도 하기로 하고 있나요? 그렇게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사랑이라니. 가장 비현실적인 사랑이 아닐까, 아쉽게도. 송가경의 마지막 대사처럼, 애송이인 우리는 절대 없는 '거'. 그렇기에 모두의 마음 한켠에 애써 부인하려 해도 존재하는 '진정한 사랑'의 환상. 





 정직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여성에게도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실제로 유일한 기혼자인 송가경을 속박한 유일한 울타리가 '가족'이었지 않은가. 포기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기에 그녀들은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선택하고 있다. 혼자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삶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삶을. 누군가를 보살피고 희생하기보다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삶을.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여전히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하고, 그 육아의 책임도 여자에겐 당연한 것이며 남자는 육아를 '보조'하는 입장으로 보는 시각들이 부디, 제발, 바뀌길 바란다. 결혼을 선택의 문제로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그 시각들 때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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