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배드민턴채를 들어요!
주말 내내 라켓소년단을 정주행 했습니다.
배우 탕준상의 전작인 무브 투 헤븐을 너무 인상 깊게 봤기에 다른 이미지의 그를 보고 싶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주말 내내 몰입해서 시청했네요. 풋풋하고 서툰, 속이 환하게 보이는 귀여운 뒤틀림 때문에 별일 아닌 에피소드에 울고 웃었습니다.
요즘은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불안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감동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꿈처럼 느껴집니다. 드라마 속 아이들은 처음 하는 일투성이라 비틀대며, 어떤 고난도 그 생명력을 꺾어버릴 수 없어 자양분이 되어 버리는 시절을 살고 있지요. 그 모습들이 한 잔의 라떼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이가 된 내게 묘한 향수와 질투를 불러일으킵니다.
대부분의 어린아이가 그렇듯 그 나이대의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게 있는 생명력 같은 걸 볼 수 있는 눈이 없었고, 분출구를 찾지 못한 어린 생명력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자타를 가리지 않고 생채기를 냈습니다. 서툰 자신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했었던 라떼. 그 시절 그때라고 추억할 수 있는 걸 보니 그래도 잘 버텨왔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뿐이던 그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어른이 된 저는 오히려 자주 새로운 것을 시도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이 모두 하는 것, 겁부터 나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 익숙하게 할 수 있지만 중간에 포기한 것들까지 모두 그러모아 하루를 바쁘게 사용하고 있죠. 물론, 그 어떤 일을 해도 ‘처음’의 유사품일 뿐, 어린 시절의 설렘에는 비할 바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자기 안에 웅크리고 있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날의 나와 오늘의 나를 도닥이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해남의 라켓소년단과 함께 뛰고 가슴 설렜던 이 시간이 오래오래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