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찾아드는 시간
오랜만에 너를 꿈에서 봤다. 악몽이었다.
반가워할 틈도 없이 빠르게 악몽이 지나갔다. 지금 가버리면 죽어버릴 거라고, 그날 그때처럼 악을 쓰며 매달리고 협박했다. 도망치는 너를 쫓아 하염없이 헤매었다. 출구 없는 골목을 헤매느라 지쳐 있을 때 그리운 얼굴들도 마주쳤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그들을 한 번에 마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웃으며, 오랜만이야, 말을 걸었다.
악몽이었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장면을,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 가장 보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 와중에도 가장 그리우면서도 가장 보고 싶지 않던 그 아이 얼굴은 보이지 않아서 안도했다.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은데 무의식은 여전히 열일을 하고 있다.
꿈에서 탈출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나의 고양이를 불렀다. 그 부드러운 체온에 한참을 코를 박고 숨을 내쉬었다. 어디선가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다. 삐걱거리며 몸과 시간이 순환하고 있다. 꿈은 얼마간의 현실을 반영하는 걸까?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바들바들 떨었다.
딛고 있는 바닥은 너무나 단단했고 울면서 걸어가는 길이 생생하게 힘들었다. 녹진하게 느껴지는 땀과 눈물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꿈이어서 다행이고, 꿈이어서 두려웠다. 여전히 꿈 속에는 그날을 헤매는 내가 아픔을 느낄 수도 없을만큼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