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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오 Jun 19. 2021

[메오만의 방_5] 참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었어요.

<나의 친구 아그네스 할머니, 글. 그림 줄리 플렛, 북뱅크>를 읽고






<마이어. 날다> 그림책 선물가게의 영어 그림책 읽기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월별로 정해진 그림책들을 읽고 블로그 댓글로 소감을 나눕니다.

제가 남긴 첫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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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할머니와 소녀의 인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계절을 따라 흐릅니다.

계절의 흐름처럼 인연에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 듯합니다.

 

아그네스 할머니와 소녀 사이에서 그 인연을 연결해 주는 요소는 여기저기 많이 나오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옆집 아그네스 할머니 집과 소녀의 집 사이 들판에 가득 핀 하얀 눈풀꽃에 많은 관심이 갔어요. 추위에 잘 견디며 봄이 올 거라 위로하는 '희망, 위안'의 뜻을 가진 꽃이지요. 할머니는 겨울에 이 눈풀꽃 알뿌리가 가득 든 컵을 소녀의 손에 쥐여 줍니다.


소녀는 손에 든 눈풀꽃이 조그만 달 같다고 느꼈는데 그 부분도 아름다웠어요. 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 할머니는 자신이 만들고 있다던 환하고 둥근 항아리를 소녀에게 보여줬었거든요. 보름달을 닮은 항아리였고, 할머니는 달이 차고 기우는 이야기를 소녀에게 해주었었어요.  컵 속 눈풀꽃 알뿌리는 이듬해 가을 심겨질 테지요. 항아리, 달, 눈풀꽃, 가을, 겨울.. 그리고 소녀와 할머니. 모든 것이 연결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습니다. 내 그림을 보여주고, 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사이. 근사했어요. 창작하는 것이 얼마나 질긴 자기 극복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기에. 창작의 결과물을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도 생각해 봤어요. 'I don't feel like drawing. My hands are cold.' 문장 속 소녀는 계절이 바뀌며 snowdrop bulbs를 손에 쥐고 'They give me more ideas for pictures. My fingers itch in my mittens.' 문장 속 소녀가 되어요. 그리고는 친구가 된 할머니를 위해.. 그러니까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gather up all my drawings'의 소녀가 되어요.


너무 아름다운 만남, 그리고 인연의 흐름입니다. 마지막에는 'My hands feel warm...'의 문장으로 마무리되지요.


저는 취미가 그림 그리는 것이길 바라고.. 언제나 살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늘 품고 사는데요. 무엇을 그리든 누군가에게 그것을 내미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용기 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 계정 하나를 만들어 그림을 하나씩 올리고 있긴 한데..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만드는 것을 소개하는 따뜻한 인연이, 그런 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 하고요. 내 손을 따스하게 만드는 그 누군가 말이에요.


언젠가 저도 아그네스 할머니처럼 차차 자연스레 빛을 잃어가며 인생의 끝에 다가서겠지요? 그때에 저도 어느 소녀와 함께 예술과 창작하는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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