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닭이 어떻게 했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이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근거 없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삐뚤빼뚤하게나마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부모는 괜히 울컥하기도 한다.
돌 지난 아기에게 이런 걸 열심히 묻던 시절이 있었다.
아기들이 몇 명 모였을 때, 개중에 발음이 좋거나 단어를 하나라도 더 구사하는 아기와 아기엄마는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겨우 아장아장 걷는 내 아기가 다른 집 아기보다 말을 잘한다는 건 엄마에게 뿌듯한 자부심이다.
나도 '짱구'가 남보다 말을 빨리, 잘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랐던 것 같다. 가사 전달력이 좋은 창작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말을 건넬 때도, 책을 읽어 줄 때도, 최대한 발음을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촬영한 영상을 보면 난 뭔가를 계속 묻고, 짱구는 대답하느라 바쁘다. 뭘 그렇게 자꾸 묻고 확인하려고 했는지....... 젊고 어설픈 엄마라는 걸 캠코더에 남아 있는 영상을 보며 새삼 확인하는 중이다.
"저 때 그냥 한 번 더 안아줄걸......."
어쨌거나 미취학 아동의 시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만 해도 부모는 물론 주변의 가족들까지 기특해서 미칠 것만 같은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다.
최근 '4세 고시 학원'이라는 믿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딴 세상 일 같은 뉴스를 접했다. 이건 어디까지만 극소수의 얘기라고 믿고 싶으나....... 실은 강남이 아니라 며칠 전 우리 집(경기도의 어느 '중'도시) 앞에서도 7~9세 전용 학원이 영업 중인 걸 보고 놀랐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됐을 때 나 역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까, 아기스포츠단에 보낼까,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나랑 11살 차이가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던 언니가 쿨하게 한마디 했다.
"평범하게 키워. 그게 좋은 거야."
그 '평범한' 말을 듣고 왠지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 아이를 낳은 후의 나. 그 간극에 대해서. 내 아이는 남달랐으면 하는 그 마음의 근원에 대해서.
그리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어린이집을 택했다. 공원 앞에 자리한 평범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참 많이 뛰어놀았고, 난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했다.
어린이집에서 소풍 가던 날 아침, 김밥 도시락을 싸 줬더니 어린 딸이 편지를 남기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