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는 말]

5. 닭이 어떻게 했어?

by 머루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이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근거 없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삐뚤빼뚤하게나마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부모는 괜히 울컥하기도 한다.


"닭이 어떻게 했어?"

"꼬꼬~고!"


"소가 어떻게 했어?"

"음머~!"


"밥솥이 어떻게 했어?"

"칙~!"


돌 지난 아기에게 이런 걸 열심히 묻던 시절이 있었다.


아기들이 몇 명 모였을 때, 개중에 발음이 좋거나 단어를 하나라도 더 구사하는 아기와 아기엄마는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겨우 아장아장 걷는 내 아기가 다른 집 아기보다 말을 잘한다는 건 엄마에게 뿌듯한 자부심이다.


나도 '짱구'가 남보다 말을 빨리, 잘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랐던 것 같다. 가사 전달력이 좋은 창작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말을 건넬 때도, 책을 읽어 줄 때도, 최대한 발음을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촬영한 영상을 보면 난 뭔가를 계속 묻고, 짱구는 대답하느라 바쁘다. 뭘 그렇게 자꾸 묻고 확인하려고 했는지....... 젊고 어설픈 엄마라는 걸 캠코더에 남아 있는 영상을 보며 새삼 확인하는 중이다.

"저 때 그냥 한 번 더 안아줄걸......."

동요.jpg 아이를 키우는 동안 참 많은 동요를 들었다. '노래는 힘이 세다.' 여전히 가사가 생각나는 걸 보면.




어쨌거나 미취학 아동의 시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만 해도 부모는 물론 주변의 가족들까지 기특해서 미칠 것만 같은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다.

최근 '4세 고시 학원'이라는 믿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딴 세상 일 같은 뉴스를 접했다. 이건 어디까지만 극소수의 얘기라고 믿고 싶으나....... 실은 강남이 아니라 며칠 전 우리 집(경기도의 어느 '중'도시) 앞에서도 7~9세 전용 학원이 영업 중인 걸 보고 놀랐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됐을 때 나 역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까, 아기스포츠단에 보낼까,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나랑 11살 차이가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던 언니가 쿨하게 한마디 했다.

"평범하게 키워. 그게 좋은 거야."

그 '평범한' 말을 듣고 왠지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 아이를 낳은 후의 나. 그 간극에 대해서. 내 아이는 남달랐으면 하는 그 마음의 근원에 대해서.

그리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어린이집을 택했다. 공원 앞에 자리한 평범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참 많이 뛰어놀았고, 난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했다.



메모.jpg

어린이집에서 소풍 가던 날 아침, 김밥 도시락을 싸 줬더니 어린 딸이 편지를 남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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