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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Jun 03. 2018

#6_까만 올리브 말고 푸릇한 Green Olives

Castelvetrano Olives by MADAMA OLIVA S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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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슈프림 피자 위의 검은 동그라미 


어려서 피자를 먹을 때마다 참 궁금했었다. 도대체 이 검은색 동그라미는 무엇일까 하는... 그것만 따로 떼어서 먹어 보아도 찝찌름하기만 한 그것은 내가 알던 야채가 아니었고, 엄마에게 여쭈어 보아도 엄마 역시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셨다. 나와 내 동생은 그것을 '타이어 맛이 나는 피자 위에 올라간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검은색에 동그란 것이 꼭 자동차 타이어처럼 생겨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블랙 올리브. 특히 캔에 들어간 것은 더 싫다. (출처 - Huffingtonpost.com)


시간이 흐른 뒤에 그것이 올리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에게 그것은 여전히 그저 그런 식재료였다. 아마도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면서 무엇인가가 잡다하게 많이 올라간 슈퍼 슈프림 피자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에게 올리브란 피자 위의 잡다한 무엇인가 중에 하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모든 올리브는 다 검은색이고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것인 줄 알았다. 가끔 중간에 무엇인지 모를 빨간 것이 껴 있었는데 그 빨간 게 도대체 무엇인지 몰라 먹기를 주저했던 기억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올리브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었다. 까맣고 중간에 구멍이 뚫린(나중에 씨를 뺀 구멍이라는 것도 알았고, 중간에 들어간 빨간 것이 피망 혹은 토마토라는 것도 알았지만) 올리브들의 식감은 여전히 고무 타이어 같았고, 맛도 향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올리브를 다시 먹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다 보니 세상에 맛있는 올리브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백화점과 마트에 더 많은 종류의 올리브병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먹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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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지 종류의 올리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를 파는 가게가 언젠간 생기기를 소망해본다.


사실 올리브의 종류가 그렇게까지 많은 줄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잡지를 통해서 이탈리아에는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진 올리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 자체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올리브 종류 자체도 많았지만, 이를 가공하는 방법 또한 수십 가지인 듯했다. 그냥 소금물에 넣고 절인 것에서부터 치즈를 넣거나, 고추를 넣거나, 콩을 넣거나... 실제로 올리브는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지역적 특성, 기후의 특성, 어떻게 수확을 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가공을 하는지에 따라서 맛과 식감, 향이 수백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와인의 떼루아가 중요한 것처럼 올리브도 지역 환경에 영향을 받는 식재료이고, 된장과 고추장, 간장이 집마다 맛이 다른 것처럼 올리브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서 맛도 향도 식감도 달라진다고 하니 갑자기 올리브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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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그린 올리브 


MADAMA OLIVA의 로고와 다양한 제품들 (출처 - www.madamaoliva.it)


마트와 백화점에서 파는 병 속 올리브를 하나둘씩 먹어보면서 나만의 올리브 세계를 넓혀가던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감과 맛을 가진 올리브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MADAMA OLIVA SRL의 Green Castelvetrano Olives이다. 이 올리브가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시칠리아 산 올리브였기 때문이다. 내가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미식의 도시, 시칠리아. 그곳에서 온 올리브라는 사실 만으로도 나에게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연녹색의 색감은 기존 올리브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 그린 올리브는 시칠리아산이지만, 이 브랜드가 시작된 것은 로마 근교의 Castel Madama라고 하는 소도시라고 한다. 그 지역의 몇몇 가구들이 근처 마켓에다 블랙 올리브를 가공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Mancini 가족의 올리브 맛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이후 Mancini 가족 만의 올리브에 대한 노하우와 열정 그리고 지속적인 학습들이 현대의 기술을 만나면서 1989년에 지금의 브랜드로 탄생을 했다고 하니, 이탈리아엔 정말 가족으로부터 시작된 식재료 브랜드들이 많은 것 같다.   


MADAMA OLIVA가 올리브를 수확하는 이탈리아의 지역과 Green Castelvetrano Olives (출처 - www.madamaoliva.it)


내가 이 브랜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 브랜드는 올리브만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결국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많은 식품 브랜드들의 운영 방식인데, 그것에 비해 이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올리브 밖에는 없다. (올리브를 활용한 약간의 가공 식품 정도는 있지만, 이것도 올리브라는 뿌리를 두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된다) 올리브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보면 이들의 올리브에 대한 사랑과 전문성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  


올리브에 대한 전문성은 올리브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서도 볼 수가 있다. 올리브 만을 연구하는 R&D 센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페루지아 대학교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각 올리브의 종류에 따라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수확을 하고, 각기 다른 고유의 맛과 식감, 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보관에서부터 가공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진행을 한다고 하는데 올리브는 수확 시기, 보관, 가공 방법에 따라서도 맛들이 매우 달라진다고 하니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여기에 Mancini 집안에서 내려오는 전통 레시피를 활용하여 인공 첨가물이나 색소 등을 넣지 않고 제조를 한다고 하니, 왜 이 올리브가 지금까지 먹던 올리브들과는 다른 것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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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m Texture & Nutty Flavor   

우리집 냉장고에서 꺼낸 올리브병. 반도 더 먹었으니 하나 더 사다놔야겠다.

이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 중 내가 특히 더 좋아하는 Green Castelvetrano Olive는 시칠리아 섬 서부에 위치한 Trapani 지역에서 재배가 된다고 한다. 그리스 고대 유적지가 남아 있는 곳이라 관광지로도 유명한 듯 하지만, 나에게 이 곳은 맛있는 그린 올리브를 재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자란 Green Castelvetrani Olive는 다른 올리브들에 비해 살짝 이른 시기인 9월에 수확을 시작한다고 한다. 9월에 딴 그린 올리브는 완전히 익은 올리브보다 더 아삭한 식감이 있고, 약간의 단맛과 함께 견과류와 같은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 제품을 먹어 보아도 기존 올리브에서 느껴지는 오일리한 느낌보다는 아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사실 올리브를 먹는 다양한 방법은 잘 모르겠다. 보통 샐러드에 넣어서 먹거나 가끔 파스타에 서너 알씩 넣어서 짭조름한 맛을 더해주지만, 대부분은 와인 안주로 많이 먹는 편이다. 특히 이 그린 올리브는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기에 정말 좋다. 요즘 같이 화창한 날씨에 차갑게 해둔 화이트 와인(기왕이면 시칠리아 와인으로)에 이 올리브 몇 알이면 이 좋은 계절을 즐기기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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