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Lentil by Bob's Red Mill
___
갓 구운 식빵
주변에도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도 빵이 참 좋다. 빵 종류는 거의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빵을 며칠 쉬었다 싶으면 꼭 갓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식빵이 생각이 난다. 하얀 식빵과 함께 커피 한 잔도 같이 생각이 나는데 그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꼭 커피 믹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도 어려서 엄마와 함께 먹었던 식빵의 추억 때문인 듯하다. 취미로 제빵을 배웠던 엄마는 집에 제빵 기구들을 하나둘씩 사 모으기 시작하셨고, 급기야 식빵 만드는 기계(재료만 넣으면 식빵이 되어 나오는 기계)까지 사 오셨었다. 그날 이후부터 (또 다른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집 간식을 갓 구운 식빵이었다. 이 식빵과 함께 엄마는 커피 믹스 한잔을 곁들여서 식빵을 찍어서 드셨다.
___
새하얀 밀가루
그래서 내 기억 속에 식빵은 항상 새하얗다. 그리고 그게 너무 당연했다. 내가 알고 있는 밀가루도 그때까지는 곰표에서 나온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이 다였고 색깔도 다 하얬다. 그러던 어느 날 흰 밀가루가 사람 몸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에 대한 기사들이 나기 시작했다. 비만의 주범이고 이렇게 흰 밀가루만 먹으면 아무런 영양분도 없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 한 동안 빵을 끊어야 하나 싶어 빵 사기를 주저했었지만 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좋은 베이커리들이 많이 생기면서 통밀 가루나 국산 밀가루, 유기농 밀가루에 글루텐 프리까지, 신경 쓴 빵들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다행은 내 입맛에 그런 빵들이 잘 맞다는 것이다.
___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Bob's Red Mill
새하얀 밀가루가 야기시키는 건강상의 문제는 국내 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빵을 주식으로 먹는 미국인들의 건강을 오죽했을까. 이러한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등장한 브랜드가 오늘 소개할 Bob's Red Mill이다. 사실대로 고백을 하자면 이 브랜드의 제품을 처음 구입했을 때는 브랜드의 좋은 철학은 몰랐었다. 그저 패키지에 그려져 있는 할아버지 인상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그 패키지의 느낌이 너무 미국스러워서... 패키지가 너무 예뻐서 샀었다.
패키지 속의 인상 좋았던 그 할아버지는 이 브랜드의 창업주인 Bob Moore라고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브랜드 영상을 보면, 할아버지가 "I'm Bob Moore. and That's me on the package"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는 1952년 소개팅을 통해서 만난 지금의 부인, Charlee와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통곡물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주고 싶었던 이들의 마음이 브랜드 창업으로까지 연결이 되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연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좋은 음식이 건강을 준다는 것. 정말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음식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브랜드가 특별했던 이유는 곡물을 빻는 데 Millstone(맷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곡물을 빻기 위해서 커다란 돌덩어리로 만들었던 Millstone을 본 따서 사용을 한다고 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저온에서 천천히 곡물을 빻기 때문에 곡물의 주요한 영양분이 탈락되지 않고, 마찰에 의한 열로 영양분이 손실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믹서기에 돌린 두유보다 맷돌로 갈아서 만든 두유가 그래서 더 맛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___
5대 슈퍼 푸드 중 하나인 Red Lentil
Bob's Red Mill에서 파는 제품의 종류는 매우 많다. 기본적인 통밀가루에서부터 다양한 곡물과 팬케익 가루, 그레놀라, 허니 오트밀과 같은 가공의 형태까지 곡물로 만들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제품화시키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제품은 Red Lentil이다. 워낙 매스컴을 통해서 렌틸콩이 몸에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특별히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콩으로 만든 수프를 먹으면 뱃속이 편안해져서 좋아한다.
렌틸콩을 주재료로 수프를 끓이는 레시피도 많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토마토 좋아하다 보니 토마토 수프에 렌틸콩을 잔뜩 넣고 끓여 먹는 편이다. 뭔가 나쁜 걸 많이 먹어서 속이 안 좋거나, 살이 쪘다고 느끼거나, 기름진 게 뱃속에 가득하다는 느낌이 들 때 토마토 렌틸콩 수프를 잔뜩 끓여서 2,3일 동안 저녁에 한 그릇씩 먹으면 몸도 가벼워지고, 속도 편안해지곤 한다.
만들기도 매우 쉬운 편이다. 올리브유를 두른 냄비에 양파와 샐러리, 당근 혹은 양배추와 같은 집에 있는 야채들을 썰어서 달달 볶아주다가, 양파가 어느 정도 투명해졌다 싶으면 그때 홀토마토 캔을 2캔과 렌틸콩을 끓여주면 끝이다. 중간에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되고, 집에 말린 바질이나 오레가노가 있다면 풍미가 좀 더 깊어진다. 렌틸콩은 크기가 작고 얇기 때문에 따로 불리지 않아도 짧은 시간 내에 충분히 익는 편이다. 다만, 모든 마른 곡물들이 그러하듯이 익어가면서 주변의 수분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물을 적당히 넣어주는 게 좋다.
___
밀가루의 다양함에 대한 여담
예전에 베이커리 관련 클라이언트와 일을 할 때였다. 해외에는 '곡물'의 종류에 따라, 혹은 가루를 어떤 식으로 빻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밀가루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력, 중력, 박력으로 너무 한정되어 있다며 안타까워 한 적이 있었다. 케이크를 만들 때, 패스트리를 만들 때, 일반 빵을 만들 때, 빵의 종류에 따라 단백질 함량, 빻기 정도가 각기 다른 밀가루를 써야 외국에서 맛보는 것과 같은 빵의 식감과 맛을 낼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밀가루의 종류가 너무 한정되어서 제대로 된 식감과 맛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빵이 맛있는 이유 또한 다양한 밀가루의 종류도 한몫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베이커리 문화 향상을 위해 회사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밀가루를 만들기로 했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빵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문화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토종 밀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노력과 이를 가공하는 다양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밀가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가능하면 우리밀이나 우리 토종 밀로 만든 밀가루를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개인적인 차원과 함께 자본이 많은 기업에서 사회 공헌 활동으로라도 진행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