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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Dec 19. 2022

아픈 건 정말 싫지만 게을러질 수 있다

코로나와 따뜻한 보리차


몸살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을 했다. 날도 갑자기 추워졌고 감기가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나도 감기에 걸렸나 보다 했다.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을 지만 그 다음날 더 아파졌다. 병원으로 향한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2줄이  검사 키트를 보게 되었다. 검사는   해보았지만 확진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나보다도  낙담한 듯한 의사 선생님의 말투와 표정이 묘하게 웃긴다는 생각을 하며  상황을 비현실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런 결국 걸려버렸구나. 지난 3년을  버텨왔는데 결국 이렇게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생각보다 아프고, 생각보다 힘들다.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난 확실히 그쪽은 아닌 듯하다. 열도 몸살도 오한도 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이 아주 잘 받는다는 것. 약을 먹고 몸에 퍼지는 순간에서부터 효과가 사라지기까지의 과정들이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로 나는 약에 의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있다.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죄책 감 없이 하루 종일 TV를 보았고,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잔다.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먹고, 자고, 보고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게으름이 나름 좋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래 보겠는가. 아프다는 핑계로 정말 하루 종일 넷플릭스와 왓챠, 티빙 등을 왔다 갔다 하며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와 시리즈들을 본다.


그런데 이것도 3,4 정도만 즐거웠다.

아픔의 강도가 조금씩 누그러지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인데 이렇게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전까지 하던 새벽 요가도 벌써 며칠 째 하지 못하고 있고, 낮에도 잠을 자고 깨고를 반복했더니 수면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글을 쓰지 못했다. 죄책감이 아닌 불안이 몰려온다. 내가 공들여 만들어왔던 나의 시간들이 무너질까 싶어 불안해진다.


불안은 나의 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불안을 잊기 위해서 나는 다시 나의 생활로 돌아가려  것이고, 다시 이전과 같은 패턴이 만들어지면  불안감이 없어질 테니까.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감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불안감이 마냥 나쁘지는 다.


나의 미각과 후각은 무사하다.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였는데 아직까지는 무사하다. 입맛이 없어서 그렇지 맛은 다 잘 느끼고 있고 냄새도 (난 원래 후각이 그렇게 예민한 편은 아니다) 전처럼 잘 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입맛이 없어지는 것과 커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대신 심해지는 기침과 목의 통증을 줄여 주기 위해 하루 종일 보리차를 마시고 있다.

이럴  홍차나 녹차가 아닌 보리차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하루 종일 홍차나 녹차를 마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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