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커피 아주아주 연하게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작은 회의실을 하나 빌려 놓고는 노트북과 끄적거릴 수 있는 이면지를 들고 들어가 몇 시간씩 기획서를 쓰곤 했었다. 수많은 자료들을 이어 붙여가며 나의 논리를 만들었고, 회의실을 나올 때쯤엔 팀원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문서가 만들어져 있었다.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혼자 하는 일은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했고,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각자의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서로의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맞고, 최선인지에 대해 또 시간을 보낸다. 정리된 우리의 생각들은 다른 부서를 만나서 형태를 갖추어 가고, 발전되어 세상에 선보여졌다. 그게 나의 일이었다.
짧은 커피 타임을 갖게 된 우리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외롭다는 이야기를 한다.
일하는 것이 외롭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다. 이직을 한지 2년이 되었지만 나 혼자 자료를 찾고, 나 혼자 생각을 하고, 나 혼자 타 부서와 논의를 한다. 이게 맞는 것인지, 더 좋은 생각은 없는 것인지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회사는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원래 프로젝트는 1명이 담당해야 한다고만 한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이유들을 생각해본다.
누구는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효율성의 문제라고 한다. 누구는 주니어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수 부사수가 아닌, 개인으로서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름의 생각으로 이 상황들을 이해해보기 위해 다양한 이유들을 이야기해보지만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저,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에서부터 문제 해결까지 혼자만의 개인기로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야 하는 하나하나가 우리를 너무 외롭게 할 뿐이다.
아주 연한 보리차에 가까운 커피는 대화를 하는 와중에 바닥을 보였고, 우리의 짧은 대화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렇게 끝을 냈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더 즐겁고,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어 진다.
책 속에는 이러한 고민들의 해답이 있을까? 구글이던 스타트업이던 각자의 일하는 방식을 정리해놓은 책들도 많던데 그런 책들의 도움을 받으면 나의 이런 궁금증과 의문들이 해결될까? 이번 연말은 내년을 위해 일을 잘하는,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