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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Dec 12. 2022

변해가는 관계들에 대한 커피 한잔

커피 리브레_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그때만 해도 나는 커피를 지금처럼 즐기지 않았다. 그저 카페인을 채워주고 사람들과 대화를 위한 음료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때 그와 그녀는 예가체프를 좋아한다고 했다. 예가체프가 있으면 일단 마셔본다고 했었다. 그게 벌써 10 전인  같다.


우리가 서로를 안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우리는 학교 과제를 함께했고, 서로의 연애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서로의 결혼식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어려서 엄마 아빠가 이야기했던 ‘부부동반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함께 나이 들어가며 자식들도 서로 친하고, 여행도 함께 가고, 서로의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보는 그런 사이로 지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틋하다. 때가 되면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고 올라오는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에 꼬박꼬박 좋아요와 댓글을 단다. 이 정도는 건너 건너 얼굴 정도만 아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것 또한 진심으로 좋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을 때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쓴다. 생각해보니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세상 쉽게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나의 감정이 그렇게 소모되는 게 싫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매년 크리스마스 날이면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함께 모이곤 했었다. 우리 집에 다 같이 모여서 방어회와 석화, 새우 등을 와인과 함께 먹으며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더 이상 그게 어려워졌다. 특히 어린 아기가 있는 그들에게 코로나 시대에 함께 모여서 놀자는 건 큰 실례였다.


코로나는 끝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만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그들에게는 새로운 아기가 태어났고, 이사를 했고, 다시 복직을 했다. 이 많은 변화가 있는 동안 우리는 만나자고 이야기 하지만 쉽게 만나지는 않고 있다. 조만간, 곧, 이번 계절이 지나기 전에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고 있다.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주변이 변화하는 것은 어쩔  없지만 아쉽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사람이 오고, 떠나고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런 과정 중에 하나 일 수도 있겠지만, 남편이 사 온 예가체프를 보자마자 그들이 생각나는 걸 보면 그런 식으로 멀어지고 싶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인 건 분명하다.


위염이 나은  아니지만 커피를 내린다.

며칠 동안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잘못 마셨다 정말 크게 탈이 날 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주말에 한잔을 마시게 되었다. 분쇄기에 갈린 원두에선 너무 맛있는 커피의 향이 났고, 한 모금 마시자 온 몸으로 커피의 단 맛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향을 맡고는 또 한 모금 마신다. 온 감각으로 맛과 향을 느끼려고 한다.


맛있고 좋았다. 그런데 고추의 단맛과 매운 내가 난다.

주변에서 주워들은 나의 상식으로 와인에서는 채소류의 (피망, 아스파라거스 등의 ) 하나의 아로마로 인지를 하고 좋은 뉘앙스로 받아들이지만, 커피에서의 채소 향은 잘못된 향으로 받아들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커피에서 그런 맛과 향이 난다. 잠시 스쳐가듯 느낀 것이지만 남편에게 물어보니 잘못 내렸을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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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 스테이션 : 아리차 Aricha


생산자 : 아리차 소농들


지역 : 게 디오, 예가체프, 아리차


재배 고도 : 1,950m - 2,150m


품종 : 에티오피아 원종


가공 방식 : 워시드


플로럴 / 오렌지 / 살구 / 블루베리 / 갈색설탕 / 크리미 바디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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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잘못 내린 나의 잘못이다.

오래간만이라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잘못 느낀  수도 있지만 왠지 마시고 싶은 그런 기분은 아니다. 커피잔을 그렇게 내려 둔다. 위염이 완전히 좋아지지 않은 나에게는 오히려 좋은 결과이다. 오늘은 말고 내일 다시 한번 내려 보면 된다. 그때  맛볼  있으니  한잔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라는 것도 그런 거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문뜩 생각나고 만나면 반갑고 좋았다가도 잠시  거리를 두는 그런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만날  있고,  전처럼 다시 가까워질  있을 만큼의 관계가 우리 사이에는 있다고 생각한다. 짧게 볼 그런 사이는 아니니까 좀 더 긴 관계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추운 겨울 건강 챙기라고 안부 연락이나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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