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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Dec 08. 2022

이직 아이러니에 대한 커피 한잔의 대화

Espresso CORE 롱 블랙 아주 연하게


이전 직장에서 그녀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는 않았었다. 오며 가며 가볍게 눈인사를 하는 정도였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밥을 같이 먹은 적도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상대가 되었다. 우리에겐 이전 직장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대화는 어쩔  없이 이전 직장과 지금 직장에 대한 비교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대화의 대부분은 지금 직장의 이해할  없는 업무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내가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이 변화되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서 이직을 하려니 적응하기 힘든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회사나 각기 다른 문화와 방식이 있고 내가 굴러온 돌이면 적응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건 지금도 맞는 생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가슴 한편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초반엔 만나면 무조건 이해할 수 없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만 이상하게 느끼는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달까. 점심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그간 서로 느껴왔던 회사에 대한 감정을 토로해내는 그런 과정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아이러니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 직장이  나아 보이는 걸까?

 얼굴의 침 뱉기 같은 얘기이지만,  이전 직장에서도 이해할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직장의 업무 방식과 문화가  나아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지금보단   이해 가능한 범주였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때도 모든 게 좋지는 않았었다. 그때도 나는 그 전 직장과 비교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때가 더 나아 보이는 걸까? 그저 그때가  익숙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때가 정말  좋았던 걸까?  좋았으면  이직을 했을까? 내가 바보 같은 선택을  것일까 싶어  이상 생각하고 싶어지지 지만 이건 정말 뭘까?


직장이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이 아닐까?

회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과 문화가 있는데 나와 맞지 않는다며 이 회사는 잘못된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내가 문제가 있을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이 회사에는 만족하며(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아닌 구석도 있긴 하지만) 잘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만 이렇게 여기가 너무 이상하다며 소리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직 2년 차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벌써 적응 실패를 인정하는 것 같아 슬퍼진다.


 분노의 시기가 지나면, 그렇게 적응을 하는 건가?

확실히 그녀와의 대화에서 회사에 대한 분노를 소재 삼아 이야기하는 단계는 넘어가고 있다.  마음속의 찌꺼기들을 함께 토해내고 나니 이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건가 싶어  웃기긴 하지만 이젠 타협과 수용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용의 5단계처럼 중간에 ‘우울’의 단계도 잠시 있었다.) 이것이 과연 수용인지 혹은 포기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이해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파질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녀와의 대화에 따뜻한 커피 한잔이 너무 절실했다. 내 머릿속의 아이러니함을 진정시켜줄 그런 커피가 필요했다. 그렇게 카페로 우리는 향했고 아주 연하 고도 연한 롱 블랙을 한잔 손에 쥐었다. 기존 롱 블랙에 물을 2배 정도 탄 듯한, 하지만 커피의 향기는 너무 향기로웠고 그건 또 그 나름으로 아주 맛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그땐 싫었던 이전 직장이 지금은  나아 보이는 .

아마도. 지금이  행복하고,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예전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꼴은 되고 싶지가 않다.


지금에 충실해야겠다.

나의 행복과 즐거움이  회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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