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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Feb 02. 2023

믿고 사는 와인샵이 있다는 것

도멘 벨빌 륄리 프리미에 크뤼 라 포세 2020


와인을 구매한다는 것은 옷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스타일과 취향을 잘 알아주는 곳에서 옷을 구매하듯, 와인도 나의 스타일과 취향을 잘 알아주는 와인샵을 더 찾게 되니 말이다. 나에게도 그런 나의 취향과 잘 맞는 와인샵을 찾게 되었다. 바로 뱅가드 와인 머천트이다.


와인의 수입, 판매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이 추구하는 유통의 방식을 보다 보면 지독한 와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직접 와인을 셀렉하고, 와이너리와 독점을 계약을 맺고 이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방식까지 하나하나 많은 애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물론 와인의 퀄리티에서 그 모든 것들이 드러난다.


작년 말. 1년에 한 번 있는 와인 행사에서 기대를 하며 가져온 와인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와인을 소개하는 택에 ‘부르고뉴의 고급 화이트 와인을 느껴볼 수 있는 입문 와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프랑스 와인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던 나에게 부르고뉴를 느껴볼 수 있다고 쓰여있는 그 문구가 너무나도 와닿았다. 그렇게 도멘 벨빌의 륄리 프리미에 크뤼 라 포세 2020 (Domaine Belleville Rully Preimer Cru La Fosse 2020)을 만나게 되었다.


기대하는 와인을 만나게 되면 이 와인을 최고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순간을 떠올리며 오픈의 시기를 재곤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최고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순간은 빈티지나, 계절, 페어링 푸드 등을 고려한다기보다는 나의 컨디션과 기분의 상태,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게 최고의 시간을 기다리며 얌전히 모셔두었던 와인을 지난 월요일 저녁 남편이 날름 가져다 오픈을 하겠다고 한다. 이미 피곤하기도 했고, 이제 곧 자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터였더라 와인을 마시자는 남편의 이야기가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투덜거리는 나를 뒤로하고 남편은 냉동실에서 짧고 급하게 칠링 시킨 와인을 열었다.


달콤하고 새콤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향이 풍겨온다.

산미가 높고, 쨍하면서도 깨끗한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던 나에게 새로운 화이트 와인의 향과 맛이 느껴진다. 부드럽고, 따뜻한 뉘앙스가 계속 느껴지는데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풍미 좋은 버터가 가득 들어간 브리오쉬를 한입 베어 먹는 그런 느낌이다. 어쩜 와인에서도 이런 맛이 날까. 좋은 오크에서 잘 숙성된 와인에서 유제품(크림, 요구르트, 버터 등)의 맛과 향이 난다더니 이 와인도 그러한가 보다.


입 안에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노란 사과, 배와 같은 과일의 단맛과 산미가 느껴지고,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좋은 향기가 목구멍을 올라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숨을 쉴 때마다 비강을 통해서 올라오는 은은한 향기가 좋다. 부르고뉴의 와인은 이러한 힘이 있구나. 다른 와인들은 어떤 놀라움을 알려줄 것인지 점점 더 앞으로의 와인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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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벨빌은 20세기 초 륄리 마을에서 시작되어 탄생부터 현재까지 륄리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륄리는 중세 시대에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수도원에서 욕심을 낼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멘 벨빌은 륄리 지역에서 가장 풍부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유기농과 바이오나믹 농법으로 포도밭 구획마다 철저하게 따로 관리하며 떼루아의 개성을 최대한 표현하고 있습니다. ‘One Climat, One Wine (하나의 밭에서 하나의 와인만!)’을 모토로 가지고 있는 도멘 벨빌의 와인은 떼루아를 엄격히 존중하여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 도멘 벨빌


지역 : 프랑스. 부르고뉴 륄리


품종 :  샤르도네 100%


양조/숙성 : 오크 12개월 숙성


도수 : 13%


<출처 : 비노 클럽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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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은 와인은 곧 와인샵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역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좋았다. 와인을 처음 집어 들었던 그때의 그 기대감 그대로 부르고뉴의 고급 화이트 와인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그런 와인이었다. 이 와이너리의 다른 와인들을 마셔보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컸고, 그만큼의 기대감도 생기기 시작한다. 다음엔 또 어떤 놀라움을 맛보게 해 줄지 벌써부터 다음 와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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