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바라보며 든 단상
요즘 월드컵이 한창이다. 나는 직접 운동을 하는 건 좋아하는데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야구나 축구를 보면서 챙겨보거나 누군가를 응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좋아하는 팀도 딱히 없다. 야구나 EPL 시즌이 될 때마다 자기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신기해한다. 하지만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개최되면 다 같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챙겨서 보고 함께 과몰입을 하는 편인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도 슬슬 관심을 가졌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시끌벅적하게 놀고 싶어 응원했던 우루과이전이 생각보다 선전해서 그런가 지금은 곧잘 월드컵 소식을 찾아서 보는 편이다.
다들 이번 월드컵은 이변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스포츠는 항상 이변의 연속이었지만 이번 월드컵은 특이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체감상이 아니라 실제로도 4년이 더 걸렸던 이번 월드컵은 무지막지하게 더운 카타르 덕에 겨울에 개최한 첫 월드컵인 것부터가 신기한데 우리나라의 자랑인 BTS의 정국이 개막식 오프닝곡을 부르질 않나, 여기저기서 약팀들이 강팀을 이겼다는 소식들이 꾸준히 들려오는 걸 보면 정말 특이한 올림픽이 아닐 리 없다.
요즘 들어 모든 것들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 인생을 어떻게 대할지 배우기도 하고 책을 읽는 자세에서도 하다 못해 흘러가는 자연 현상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해 눈을 크게 뜨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이번 올림픽에서도 신기하게 삶의 자세들을 배운다.
별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랭킹이 22위라 해서 2위와 붙었을 때 무조건 질 일은 없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이 악물고 목표물을 보고 뛰면 우승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이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 악물고 2점 차라는 숫자로 승리했는데도 다른 곳에서 경기한 멕시코가 지는 바람에 우리가 16강에 올라가지 못한 것처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가끔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멕시코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나. 잠시 단념하고 또다시 노력하는 수밖에.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가 스포츠를 재밌게 만드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점이 삶을 더 재밌게 만든다.
근래에 나의 목표를 계속해서 되뇌면 나의 뇌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사고를 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한 경기가 끝나면 바로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떠올리고 행복 회로를 가동하는 미디어를 보면서 그 구절이 괜히 떠올랐다. 그렇게 나도 나의 목표를 계속해서 되뇌면서 행복 회로를 돌리면 긍정적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괜스레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록 가나전에서 패배를 해 16강을 올라갈 경우의 수가 매우 줄어든 상태고, 우리의 승리와 운까지 뒷받침되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현재를 즐기고 최선을 다하면 다음, 아니면 새로운 골문이 열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