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tab Minar (꾸뜹 미나르)

by mercioon


꾸뜹 미나르는 내 숙소가 있는 빠하르간즈에서 제법 멀리 자리하고 있어


오토릭샤를 탔다가는 루피 폭탄을 맞을 것 같은 마음에 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대로 꾸뜹 미나르로 향하는 505버스를 타기 위해 코넛 플레이스로 향했다.

(현재는 메트로 옐로 라인에 꾸뜹 미나르 역이 있다.)

지도에 나온 대로 대략 그즈음에 버스정류장이 하나 보였다.


내심 잘 찾아왔구나 기뻐하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505번 버스는 올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옆에 버스를 기다리던 인도인에게 505번 버스 정류장이 맞냐고 물어보니


대략 난감해하며 다른 버스 정류장을 알려주었다.


그 인도인의 대략 난감해하는 표정과 떨리는 듯 가리키는 손끝 때문인지


영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우선 그가 알려준 정류장에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 한참을 기다려 보았지만 505번 버스는 오늘 안으로 올 생각이 없는 게 확실했다.


아니 이제는 과연 505번 버스가 존재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여러 명에게 물어 제일 많이 나온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30분... 45분... 드디어 저 멀리서 505번 버스가 보기에도 힘들게 기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는 옷을 마구 잡이로 구겨 넣어 문을 열면 와르르 쏟아질 듯 한 옷장처럼,


인도인들이 실내에 마구 뒤엉켜 있는 것도 모자라 장롱 문 틈에 낀 옷소매마냥 문밖으로 튀어나와있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버스 뒤꽁무니에 인도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기인열전 같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버스는 서지도 않고, 내 앞을 쌩하니 지나간다.

다가올 때는 기어 오는 것 같더니 내 앞을 지나갈 때만은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손짓을 해봤지만 이미 늦은 일,..


버스 꽁무니에 매달려가는 인도인들만이 나를 미처 장속에 들어가지 못한 양말 한 짝처럼 불쌍하게 쳐다볼 뿐이다.

한숨을 쉬며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있자니 왠지 올 것 같지가 않다.


결국 나는 시간만 허비하고 80루피에 오토 릭샤를 타고 꾸뜹 미나르로 향했다.


80루피(당시 환율 2000원 정도)에 갈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오토릭샤를 타는 건데..


20여분을 달려 꾸뜹 미나르 유적군에 도착해 들어가니,


거대한 옥수수 모양의 전승탑인 꾸뜹 미나르 (Qutab Minar)가 눈에 들어온다.

꾸뜹 미나르 유적군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 건축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건축되다 만 위 사진에 있는 건물이 눈에 더 들어왔다.

멀리서 보면 정말 먹음직스럽게 한입 앙~ 하고 물고 싶은 초코 시폰 케이크처럼 생겼다.

하지만 이 알라이 미나르 (Alai Minar)라는 이름의 건축물 역시 전승탑으로


건설을 계획했던 왕이 암살되어 미완의 상태로 밑동만 남아 초코 시폰 케이크처럼 보이는 것이란다.





유적군은 생각보다 꽤 넓은 편이어서 하나하나 둘러보다보니 허기도 지고, 다리도 슬슬 아파지기 시작했다.


쉴만한 벤치를 찾아보니 꽤나 독특한 벤치가 놓여있다.

유적군에 있는 부서진 기둥들을 재활용한 것.

일렬로 쪼르르 있는 부서진 기둥들은 많이 이들이 앉았다 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맨송맨송 닳아있다.




넓은 부지로 한적하게 조성된 이 곳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창문을 통해 시원한 별바람이 폴폴폴폴 불어온다.

델리 시내의 먼지만 잔뜩 들이마시다가 맞이한,

꾸뜹 미나르의 별바람은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는 건 오히려 쉬웠다.

유적군 맞은편에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바글바글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가 있는 빠하르간즈는 핫스팟 뉴델리역 근처로, 내가 탈 버스를 찾는 것도 쉬웠다.

몇 분 안되어 버스가 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트가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쩍 거리며 바지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이란.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앉아있다거나, 아님 잔뜩 된 땅콩잼을 바른 듯한 느낌?


딸기잼 뚜껑 주위로 눌어붙어 뚜껑을 열기도 힘들게 만드는 그 찐덕임이 제일 맞는 표현이라고 할까.


이런저런 시트에 관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정신을 놓고 있는데


옆에 앉은 인도 아줌마가 내리라며 나를 툭툭 친다.

버스에 나 홀로 외국인이어서 그랬는지 모든 이의 관심이 내가 내리는 정류장이었다.

나는 모두의 손에 등을 떠밀려 델리 역에 무사히 내렸다.

친절하시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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