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과 사는 남자는 천만을 넘을까 ? -
왕과 사는 남자는 천만 영화가 될 것 같다.
완성도와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앞서, 사람들에게 지키지 못한 어린 왕에 대한 슬픔이 와닿은 것 같다. 오래된 슬픔이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후대에 — 그것도 몇 백 년을 지나서 — 위로받을 수 있구나 싶다.
여러 사극에서 단종을 다루었지만, 이번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은 꽤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사약을 받고 죽은 게 아니라 밧줄로 죽었다는 기록은 처음으로 알았다.
수양대군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죽음의 장면도 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연출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직접 대놓고 하지 않은 무언가가 좋았다. 배우들이 알아서 잘 하도록 편하게 판을 깔아놓은 탓인지, 억지스러운 연기가 없었던 것이 좋았다. 연출의 의도가 너무 보이는, 과하거나 부담스러운 연기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들.
유해진의 연기도 좋았지만, 단종 역을 한 배우의 눈빛과 장항준 감독에 대한 호감으로 천만은 넘어갈 것 같다. 오랫동안 쌓아온 마음의 무언가가 작품으로 나오는구나 싶다.
그리고 진짜, 사람의 눈빛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인가.
여러 말보다 많은 것을 보여준다.
오래된 슬픔에 위로를 전하고 싶어지는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