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뇌 관찰 프롤로그

ADHD와 조울증 2형

by 메리

한때 나는 인생이 어딘가 지독하게 꼬였다는 느낌 속에서 살았다. 그 꼬인 실타래는 내 의지로는 풀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조울증 2형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지 2년이 넘었지만 우울감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나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적이 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사실 ‘이렇게 살기 싫다’는 절규라는 말이 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인간에게는 묘한 생존 본능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은 나를 회복의 실마리가 될 정보들로 이끌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사실 내 상황이 크게 좋아진 것은 없다. 어쩌면 그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고, 나이는 더 들어버렸다. 그럼에도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 내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히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깊이 무너지지 않는 법, 무너지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이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 방식이 정답일 리는 없지만, 나의 개별적인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시작한다.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던 시기, 나의 회복에 실마리를 준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데이비드 번즈 박사의 『필링 그레이트(Feeling Great)』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신뢰해 온 나의 사고방식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 우울감의 상당 부분이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고의 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감정과 사고를 분리해 바라보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 매거진에서도 인지 왜곡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며 나의 경험을 함께 기록해 보려 한다.


두 번째 계기는 ‘금쪽상담소’의 ADHD 편이었다. 오은영 박사가 설명하는 증상들이 마치 내 인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뇌파 검사와 집중력 검사를 거치고,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하며 나는 ‘ADHD의 전형’이라는 말을 들었다. 평생 나를 괴롭혀 왔던 혼란의 정체가 처음으로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이 매거진은 제목 그대로, 내 뇌를 관찰하는 기록이다.


나는 여기서 ADHD와 조울증 2형이라는 두 가지 기질이 내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기록하려 한다. 증상과 병식, 약의 경험, 인지행동적 접근, 그리고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까지 가능한 한 솔직하게 적어볼 생각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인간의 마음은 스펙트럼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우울증이나 ADHD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우울의 터널을 지나고 주의력이 흩어지는 시기를 겪는다. 그렇기에 이 글은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는 정신질환을 ‘완치되는 것’이라기보다 꾸준히 관리하며 살아가는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관리되지 않으면 누구나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관리만 잘 된다면, 질환이 있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인생이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전히 삶이 휘두르는 매질에 종종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강펀치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 매를 맞으면 빠르게 치료하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 완전한 회복을 기다리다가는 새살이 돋기도 전에 또 맞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