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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청년 Jun 26. 2018

조카가 태어나면서 인지된 세상: 아이

이모야, 메리다 이모야 



난 사실 잘 웃질 못한다. 

웃을 일이 잘 없고, 

더 이상 못 생겨질 때가 없는 외모인데 웃으면 더 못 생겨진다. 그게 싫어 웃다가 만다. 

그런데 요즘 조카 녀석 때문에 자꾸 웃는다. 


친구들이 예언했듯. 모두 통과 의례처럼 걸쳤다는

여동생에게 조카 동영상을 보내 달라고 질퍽거리고 싶지만, 

생전에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는 무뚝뚝한 나는 그저 잘 크는지 소식만 묻는다. 엄마한테 


먼저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된 무뚝뚝한 여동생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무심히 이틀에 한 번 동영상을 보내준다. 설명도 없다. 

'귀엽지?'라고 물어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안다. 서로에게 낯선 언행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무한  반복 재생을 통해 나는 

귀엽네. 그런데 되게 못 생겼다  생각했다. 

얼굴은 호빵,찐빵과 유사하고, 볼은 잘 구운 모닝빵 닮았네  생각했다. 

의사 소통은 우는 것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어젠 둘리 같고 오늘은 짱구 같다  생각했다. 

목이 없는게 아니라 얼굴에 살이 흘러 넘쳐서 목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을 창조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울수가.  


그런데 요 녀석이 글쎄 요즘 잘 안 운다. 너무 잘 웃는다. 

그런데 웃는 모습이 참 묘하다. 

자꾸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걸 누가 가르쳤지?', '어떻게 배우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생글거릴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다 문득 말 못하는 조카의 미소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모, 자 나 봐봐. 이렇게 웃는거야. 
눈은 윙크하듯 감고, 입술은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한 D를 만드는거야. 
해 봐. 이모도.


그래서 안 웃을려고 하는데 영상을 보고 자꾸 따라 웃고 있다. 내가 

그래서 사람들이 아기 동영상 보면서 그렇게 따라 웃었나보다. 

웃는 내 얼굴이 아니라 웃는 쑥쑥이의 모습이 내 눈에 비치니. 

내가 저렇게 웃고 있다는 착각도 든다. 정말 사랑스럽다. 내가. 


조카 바보 안 되고 싶은데...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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