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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청년 Jul 01. 2017

멀리사는 어머니의 안부를 아는 법

휴대전화로 통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봐도 되지만

두 달에 한 번씩 보내는

택배 내용물을 자세히  보는 건  어떨까?


투명한 두유병 속 참기름

당신이 농사 지은  국산 참깨로만 짠 참기름

파는 참기름병처럼 산패 방지를 위해 갈색병에 담아야 하지만

우유도 먹고 두유도 먹고 지낸다고 알리신다.

투명해서 잘 보여서 오히려 나는 좋기만 하다.


생수병에 담긴 잡곡과 흰 쌀

물을 사 먹을 일은 없는 당신이지만

쌀 사기도 귀찮고 밥 하긴 더 귀찮은 딸이

햇반 먹는 꼴은 용납할 수 없어

티비에서 살림달인들이 생수병에

쌀 담아놓으면

쌀벌레도 안 생기고 좋다고 하니

딸을 위해

가장 튼튼한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병을 고르셨다.

요즘은 검은 쌀 구리 조 보리 현미로 밥을 해 드신다고 알리신다.

건강하시겠다.


꿀통에 담긴 마늘 짱아찌, 고추장, 쌈장

꿀은 도대체 어디에 좋지?

아버지께서 술을 요즘 자주 드시나?

꿀통에 적힌 양봉업자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장아찌는 대한민국 최고 요리가

꿀을 많이 쓴다고 하신다. 어딘지는 모르겠다.


엄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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