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군대 이야기

by 헬싱키맘






아이가 1월 5일 핀란드 군대에 입대했다. 우리 가족 내에서는 집총을 하지 말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그래서 신검받을 때 대체복무로 신청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었는데, 재작년 만 18세가 되던 해 신검을 떡하니 받고 오시더니 본인은 군사경찰을 지원했단다. 왜 그랬냐고 했더니, 12개월 대체복무는 너무 길고, 6개월 일반병은 집총해야하니 좀 그래서 그 중간 걸로 했단다. 군사경찰 복무기간은 대략 8개월 남짓. 귀여운 발상이다. ^^ 그런데, 당시 문득 들었던 생각이 그럼 군사경찰은 집총을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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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튼 헬싱키 동쪽 작은 섬 군부대 내에 훈련소가 있단다. 집에서 버스, 지하철, 버스 갈아타고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당일에 오후 5시 시간 맞춰 혼자서 입대했다. 닷새 뒤 1월 10일에 가족 면회하는 날이라 남편과 함께 아이가 지나갔었을 경로를 따라 버스,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고 훈련소가 있는 군부대로 갔다. 섬입구 검문소 앞에서 버스가 멈춰섰다. 개인차량으로 온 가족들도 있어서 검문소 앞은 차량들로 정체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 앞문으로 군사경찰이 타더니 안에 있는 승객들에게 (그래봐야 모두 면회가는 가족들, 버스가 꽉 찼었으니 한 이삼십명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심지어 막둥이인지 유모차에 두세살짜리 아이와 함께 온 부모도 있었다) 신분증 검사를 해야하니 버스에서 모두 내리란다. 가로직선으로 눈보라가 살벌하게 휘몰아치는, 발트해도 꽁꽁 얼어붙은 영하 십몇도의 날씨에 허허벌판 같은 검문소 앞에서 무작정 내리라니.. 덜덜덜이었다.

<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 버스 안에서 촬영 >


두 줄로 서서 눈보라를 고스란히 영접하며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우리는 장갑이라도 끼고 있었지만, 신분증 검사하느라 장갑도 벗은 채 양손등이 빠알간 채로 방문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일일이 이름을 확인하는 보송보송한 군인 아이들을 보니 오히려 맘이 짠했다. 그런데!!! 검사받을려고 줄서 있는데 우리가 탔던 그 버스가 그냥 가버리는 거다.. 헐~!! 면회장소까지 두 정거장을 더 가야하는데, 버스가 가버리면?? 앞에서 먼저 검사받은 가족들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눈이 많이 쌓여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로는 유모차를 밀기 힘드니 우리 앞에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도 아빠가 아이를 안은채 엄마는 유모차를 밀고 걸어간다. 나와 남편도 걸었다. 두 정거장을.. 그 날씨에.. 한국 같았으면 어땠을까? 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남편에게 말을 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핀란드 사람들 한마디 불평도 없이 각자 묵묵히 그저 걸어갔다. 21년째 살아서 이제는 이 세계 사람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그저 또 어메징 할 뿐이고~. ^^;;


군인 휴게소에서 달달한 뿔라와 따끈하고 시큼한 탕약같이 시커먼 핀란드 커피 한잔으로 몸과 마음을 녹이고 있는데, 눈보라 휘몰아치는 연병장으로 모이란다. 훈련병들이 서 있는 주위를 가족들이 빙~둘러섰다. 연대장 같은 사람이 향후 면회일정에 대해 안내해주고 아이가 소속된 분대와 함께 부대시설을 둘러보았다. 이번엔 다행히 건물 안에서 진행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군모도 써보고, 총도 들어보고, 부대 안내하는 홍보영상도 시청하고, 아이가 잠을 자는 생활관도 들러보고, 훈련받을 때 메고 가는 군용 캠핑배낭도 메보고~ 무려 15kg이란다! 이걸 메고 행군한다고 생각하니 군인의 무게감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듯 했다. 아들 덕분에 핀란드에서 흥미로운 체험을 했지만, 애초에 이런 경험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행성을 꿈꾸며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도 아이가 지내고 있는 곳을 둘러보고나니 마음이 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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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핀란드 군대는 훈련병을 매주 주말마다 외출시키네?? 1월 10일에 우리가 면회갔었는데, 16일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다시 들어갔다. 게다가 입대 둘째주엔 감기에 걸려 부대 내에서 3일 동안 병가를 받았단다. 병가 받아 뭐하냐 물어봤다니 생활관에서 그냥 쉰다고~ 하하. 첫 외출때 뭐 먹고 싶냐고 했더니, 부대찌개랑 제육볶음이라나~. 열심히 식재료 공수해다가 부글부글 끓여서 대령~. 지난 주말 두번째 외출 때는 잡채랑 김치찌개라셔서 또 대령~. 이번 주말엔 오꼬노미야끼랑 된장찌개가 드시고 싶으시다고.. 아시안마켓에서 냉동오징어랑 두부랑 사서 냉장고에 쟁겨놨다.


지난주엔 야영을 하는데 너어~무 추웠다고 한다. 이궁이궁 그래서 감기가 안떨어지고 계속 콜록콜록하는거였어.. 마침 한국에서 가져온 핫팩이 몇 개 있어 챙겨주긴 했는데, 그걸로라도 한 주 잘 버티길.. 이번 주 토욜 한국에서 오시는 분에게 염치불구하고 핫팩을 부탁했다. 정말 부탁같은 거 진짜 잘 못하는데, 핀란드 이 한겨울에 눈밭에 텐트치고 맨바닥에 자는 아이를 생각하니 염치고뭐고 구워나먹으라지.

아! 그 집총. 군사경찰이 집총을 안할리가 없지. 총싸움하는 게임을 그렇게나 하시더니 그래도 막상 진짜총을 보니 도저히 잡을 수가 없겠더라나. 선택할 수 있는 건 다시 대체복무를 신청한다 또는 다행히 군사경찰도 집총하지 않고 행정병이나 취사병, 운전병, 일반의무병, 군악대 등 복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단다. 그래서 복잡하게 다시 첨부터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것보다 군사경찰에 남기로 했다. 2월 13일 6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나면 아이는 어디에서 복무를 이어가게될까. 무슨 일은 하든 건강하고 배움이 넘치는 경험이 되어 아이의 삶에 탄탄한 자산이 되어주길.


평생 본인 침대정리라곤 모르던 아이가 군대 간지 보름만에 말끔하게 정리한 침대 사진을 보내왔고, 심지어 지난 주말엔 집에 와서 밥먹으며서는 다시 학교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고귀한 말씀까지 하셨다!! (ㅋㅋㅋ 역시 군대 가야해. 쉬잇~! 이건 아이에겐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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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말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8월 말에 대학입학해서 한학기동안 빡씨게 신입생 생활하고 또 반년만에 군입대. 아이의 19년 7개월의 삶에서 처음으로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리라. 엄마의 바람은 언제나 오직 하나! 너의 행복과 안전인거 알지? 아~.. 한국에선 그 흔하디 흔한 핫팩이 지금 나에겐 황금처럼 보인다. 근데 이 추운 지방 사람들이 어찌 핫팩을 사용할 줄 모를까? 혹은 사용하지 않는걸까? 그러고보니 여기 사람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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