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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의 충만함

라이프 in 헬싱키

by 헬싱키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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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렸을 때 읽어주던 동화책에서 '씨앗은 자라서 새싹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코로나를 전혀 몰랐던 2019년 봄 베이징을 거쳐 칭다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칭다오 바닷가 근처 서점에서 구입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씨앗과 흙이 손톱만한 봉지에 포장되어 플라스틱 컵과 저 앙증맞은 초초미니 화분과 함께 셋트로 판매하는 걸 사왔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온 후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6년 반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우연히 서랍 속 깊숙히 잠자고 있던 저 아이를 발견했다, 아니 조우하게 되었다! 흙과 씨앗이 담긴 봉지를 뜯어 초초미니 화분에 겨우 담아보았는데, 설마 이렇게 조그만 곳에서 씨앗이 발아가 될까, 게다가 6년도 더 훨씬 지났는데...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되었지만 그럼에도 메뉴얼대로 물도 부어주고 부엌 테이블 창가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어라~! 며칠이 지나자 저 째끄만 손톱만한 화분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옹기종기 살랑살랑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놀랍다... 기적같은 생명의 힘! 올해는 유독 첫눈도 아직 제대로 내리지 않고 있는, 온통 흐릿한 어둠 뿐인, 일년 중 가장 우울할 뻔한 헬싱키 흑야의 시기가 덕분에 삶의 에너지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모두에게 생명의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2025 연말 그리고 2026 연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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