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어 화자 성인들을 대상으로 헬싱키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7학기를 채웠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지나고 2026 새해가 되면 어느새 꼬박 4년을 채우게 된다.
핀란드에서는 헬싱키 뿐만 아니라 각 지방정부마다 평생교육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등록이 가능하다. 은퇴하신 분들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성인들이 각자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같은 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BTS를 넘어 이제는 스트레이키즈, 원어스… 보이밴드에 대한 강력한 팬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핀란드 중년의 여성분들(20여년 전 욘사마 열풍이 연상된다),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라는 대학생들, 한국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언젠가 한국 여행을 가보고 싶어서라는 백발의 은퇴하신 분들, 기회가 되면 한국으로 가서 취업하고 싶어서라는, 배우자가 한국사람인 경우도 있고, 나처럼 핀란드에서 오래 살아 핀란드어로 수업참여가 가능한 외국분들도 계시고, 심지어 대입준비가 한창인 고3 학생들까지… 학업이나 퇴근 후 저녁시간에 꼬박꼬박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이 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선생님인 내가 더 고무되고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얼마전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어머님께서 개인레슨 의뢰를 주셨는데, 아이가 한국을 너~무 좋아해 개인레슨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이 가족의 한국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냐면 지난 가을방학 땐 한국 보이밴드 월드투어 공연을 보러 온가족이 방콕으로 총출동하더니 내년엔 아예 한국으로 온가족이 여행가려고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행기 티켓팅을 완료했다고 한다. 성인들을 가르칠 때와는 달리 한국어 습득속도가 엄청 빠른데, 스펀지처럼 가르치는 내용을 모두 흠뻑 흡수하는 아이를 보니 새삼 또 다른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꼬맹이 한번 잘 가르쳐봐야겠다 다짐^^.
교육원을 통해 개인레슨 의뢰가 들어온 경우도 있는데, 그 학생 같은 경우는 아예 코스 하나를 개인이 통째로 구매해 버린거다! 헬싱키에 위치한 모 외국대사관의 공사님이 2년 후에 한국으로 근무하러 갈 예정이라 등록하신 거였다. 지금껏 티칭언어가 핀란드어라 모든 교육자료가 핀란드어로 되어 있어, 영어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수업자료 뿐만 아니라 교육학적 접근방식도 새롭게 준비해야할 부분들이 있어 수업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긴 하지만 의미있는 일이고 나 자신도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즐겁게 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사 님이 털털하시고 무난하신 캐릭터이시라 수업이 또 잼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엔 핀란드 북쪽에 위치한 꾸오삐오 Kuopio시 평생교육원에서 2년째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얼마전 내 생일 즈음해서 뜻밖의 서프라이즈~ 축하카드가 도착했다. 시간강사로 근무하고는 있지만 (게다가 온라인수업이라 꾸오삐오 Kuopio를 한번도 가본적도 없다:), 이런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소박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가 잔잔하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꾸오삐오 Kuopio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핀란드 내에서 한국어 강좌가 꾸준이 늘어나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강좌도 계속해서 개설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티칭의 즐거움^^을 위해 내년 1월 중순 새학기 시작 전까지 잠시 내려놓고 이젠 연말연시 휴식 모드로~ Rauhallista joulua ja onnellista uutta vuot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