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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싱키맘 Apr 18. 2022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부활절 만찬메뉴 #9




XB Hyvää pääsiäistä! 

"Kristus nousi kuolleista" "Totisesti nousi"


 에피타이저 : 딜과 레몬으로 토핑한 헬싱키에서 가장 신선한 하까니에미 노르웨이산 그라브락스 연어를 덩어리째 사다 직접 썰어내고, 마늘과 올리브유와 허브로 절인 수제올리브, 러시아식 새콤달콤 자우어크라이트, 절친이 직접 담근 한국식 짭쪼름 무짱아찌와 마늘쫑 양파 초절임, 아삭아삭 샐러리, 시큼한 호밀빵, 굵은소금버터, 시원하고 드라이한 핑크빛 로제와인과 청량감 넘치는 샴페인 


 메인요리 : 올리유와 마늘과 파슬리등 각종 허브로 3일 동안 양념 숙성시켜 100도에서 6시간 오븐에 쪄낸 핀란드산 어린 양고기 스테이크, 러시아식 오이피클과 양파 송송 썰어 식용유와 버무린 삶은 감자샐러드, 쌉싸름한 레드와인


 디저트 : 시어머니표 러시아식 부활절 수제케익 파스하와 쿨리치, 프랑스산 곰팡내 솔솔 나는 썩은 블루치즈, 브리치즈와 까망베르치즈, 네덜란드산 고소한 구다치즈, 오렌지, 핀란드식 시쿰한 커피와  절친의 야심작 부활절기념 홈메이드 노랑 마카롱까지!


이렇게 시작해 온갖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지난 이십여 년 가까이 맺어온 끈끈한 관계와 함께 성장해온 우리 아이들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끝도없는 알콩달콩 이야기들~


이렇게 세상이 다시 열리는 것인가! 우리들의 부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 책 제목처럼 "봄이다, 살아보자"




성금요일 저녁에는 아이가 11년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헬싱키소년합창단(Cantores Minores)의 마테수난곡 공연을 감상하며 언제나처럼 헬싱키 대성당에서 부활절 연휴를 시작했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온전하고 온화한 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어지럽고 아찔하고 따스했다.


만 4살에 헬싱키 시에서 운영하는 동네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옆반에서 아이들이 노래부르며 어울려 노는 모습에 더 흥미를 느껴 만 5세때 노래부르기로 갈아탄 후, 맨 앞줄에 서있는 리본 단 귀여운 꼬맹이들처럼 처음으로 빨강 리본 달고 크리스마스 공연했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새하얗고 둥근 칼라와 단정하다못해 엄숙하기까지한 검은 단원복을 입고 그 다음줄로 올라갔을 때, 아이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큰 기쁨의 선물을 우리에게 선사하였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키가 성큼성큼 자라면서 한줄한줄 더 뒤로 올라갔다. 오는 6월에 만 16세가 되는 아이는 어느새 맨뒤에서 세번째 줄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gG5UesGI6E&t=12334s 

(4월 24일까지 유튜브로 공연감상가능~)

헬싱키 대성당에서의 헬싱키소년합창단 부활절공연 (2022.4.15. 성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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