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아이로 키우기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는 법

by 노향

팔이 없는 장애아기가 수차례 실패와 연습을 통해 밥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세 살 남짓 돼 보이는 아기는 숟가락을 발가락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불편함에도 해맑게 웃었다. 아이 엄마가 밥 먹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기다려주는 게 정말 대단했다.



친구와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갔는데 율이가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넘어지길 여러 번 반복했다. 그때마다 친구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한 말은 “애가 넘어졌는데 엄마가 눈 하나 꿈쩍 안 하냐.”는 것이었다.



구글 이미지



3세 미만의 아기를 키우면서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힘든 것을 떠나 위험천만한 일의 연속이다.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넘어지고 다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불안해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기는 몸을 일으켜 다시 나아간다.



밥을 먹이는 일은 더 힘들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는 스스로 먹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부모의 도움을 거부한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내버려두다가 온 집안이 밥알 천지가 돼 하루 동안 이불빨래만 여러 번 하는 날이 반복된다. 밥 한 끼 먹이고 나면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이의 자율을 보장하려면 몇 배의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그래서 주변을 보면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의 서툰 행동을 기다리지 못해 도와주거나 대신해준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차츰 변해갔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를 도와주는 이유는 편하게 해주려는 것보다는 바닥에 흘린 밥알을 치우기가 짜증 나고 청소가 귀찮아서다. 생각을 바꾸면 아이의 도전 자체가 대견한데.

숟가락을 잡는 법이 잘못돼 입안으로 넣는 것보다 흘리는 게 태반이라도 아이는 손으로 집어삼키거나 강아지처럼 입을 그릇에 대고 먹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알아서 방법을 찾는다.



시간이 있다면 기다려주자는 게 내 육아관이다. 바쁜 출근시간에도 지각할 정도가 아니면 자기 손으로 양말을 신으려고 버둥대는 아이를 10분 넘게 기다렸다. 수십 번 반복되는 실패를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엄마가 도와줄까?”라고 물으면 어떤 날은 “싫다.”고 하지만 또 “좋다.”고 할 때도 있다.



호기심 많은 둘째 16개월



“우리는 친구와 다투지 않겠습니다. 넘어져도 울지 않겠습니다. 친구가 넘어지면 일으켜주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처음으로 어린이집 운동회에 참석한 날이다. 선서문을 든 손은 고사리 같이 작고 목소리는 힘찼다. 내 아이가 아닌데도 기특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때는 율이가 두 돌도 되기 전이라 공동체 생활이 서툴렀다. 그런데 얼마 전은 어린이집 하원길에 깜짝 놀란 사건이 있다. 율이가 어린이집 신발장에서 자기 신발을 찾아 꺼내 신고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며 기다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집에서는 여전히 떼쓰고 투정만 부리는 아기인데 하루 10시간 떨어져 있는 동안 이렇게 컸구나. 너와 함께하는 시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한때는 바닥에 누워 자기 목 하나 가누지 못하던 아기가 어느새 자라 혼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육아는 3년 아니라 30년을 해도 정답이 없는데 부모가 어디까지 보호하고 관여해야 하는지는 아이가 성장해 독립하는 먼 미래까지 평생 고민할 숙제다.



요즘은 부모가 자녀의 시험 범위를 함께 공부하며 토론이나 인터뷰를 연습하고 스터디맘도 고용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아이 한 명이나 두 명을 키우면서 가능한 보호의 범위를 넓히는 게 부모 역할인 시대라 방임 육아가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건 뒤떨어진 생각이 됐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불의의 사고, 범죄, 차별, 모든 게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가 수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이유다.



회사생활 12년 차에 접어드니 수동적이고 팀워크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독립성이나 자율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아이가 좋은 ‘스펙’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인재는 빠른 결단력과 행동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사회에 기여할 뿐 아니라 강한 내면을 지니므로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내 아이들은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워킹맘이라서 아이의 모든 시간을 함께해줄 수 없는 데 대한 위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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