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워킹맘
“엄마는 내가 더 중요해 회사가 더 중요해?”
언젠가 아이가 이렇게 묻는 날이 온다면 주저 없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건 없단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답이라 고민할 가치도 없는 물음이다.
하지만 언어 표현이 아직 서툰 율이와 솔이는 말 대신 온몸으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려고 들고 그때마다 나는 ‘일이 먼저’라는 오해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아이는 기다려줄 수 있지만 회사일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눈물 나게 미안한 변명 때문이다.
3년 전 율이를 낳고 두 달 만에 새 직장으로 출근하던 날 새벽. 나는 샤워하며 남편 몰래 소리를 내 엉엉 울었다. 생후 한 달 반의 딸을 안고 면접에 갈 때만 해도 다시 일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뛰었는데 막상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 나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워킹맘의 최대 콤플렉스는 일과 육아 어느 하나 덜 중요한 게 없는데 자꾸만 선택의 문제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복직할 때는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엄마’, ‘아이보다 일이 중요한 엄마’라는 프레임에 나를 가두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지만 이건 내 내면의 문제이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아이와 일터 사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선택의 기로였다.
회의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은 상황,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재택 야근 때마다 아이를 컴퓨터 앞으로 못 오게 막아야 하는 상황.
“엄마가 일할 때는 말 걸지 말라고 했잖아!”
“컴퓨터 만지면 안 되니까 가까이 오지 마!”
번번이 후회하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수만 번 다짐했는데도 어젯밤 또 화내고 말았다. 겁먹은 표정으로 “엄마 미안해요.”라는 율이를 안아서 ‘아냐, 엄마 잘못이야. 또 화내서 미안해.’라며 달래주고 싶지만 꾹 참고 컴퓨터를 주시했다.
지금 떼어놓지 않으면 다시 한 시간 놀아줘야 해, 빨리 끝내고 자야 내일 등원도 시켜주지.
아이가 더 어려서 무작정 울거나 보챌 때는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기사를 쓴 적이 많았다.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를 무엇에 홀린 듯 듣다가 달려가 급히 안으면 지친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마음을 찢어놓았다.
한 선배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한 게 아니라 둘 다 해낸 거야.”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회사는 아이 엄마라고 배려해주지 않는다. 물론 그런 배려는 받기도 싫다. 모든 팀원이 똑같은 조건과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 게 사회니까. 요즘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단축근무제 등이 보편화될 정도로 육아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는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직업은 우리 가족의 생계 수단이자 나와 세상을 잇는 통로였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버티다 보면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교육이 될 것이다. 또 아이들은 언젠가 자라고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날도 온다는 선배 워킹맘들의 말에 희망을 갖는다.
일과 육아 사이 적당한 균형점을 찾고 둘 다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도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해 보이는 부모지만 아이를 낳고 키운 지난 3년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고 삶의 의미를 찾아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