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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by
노향
Apr 29. 2016
아이 얼굴을 제대로 못본 지 며칠째다.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가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이는 아빠 품에 잠들어 있다.
중요한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다. 바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가서 좋지만 아이를 낳은 후엔 달랐다. 아이와 교감하지 못한 지난 며칠의 시간이 아깝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슬펐다.
이번 주는 유난히 바빴다. 월요일은 팀 회의 후 취재차 천안을 갔다. 다음날은 양주를 갔다. 하루 종일 기차와 지하철을 타니 고단했다.
수요일은 남편이 쉬는 날이라 상사와 점심 약속장소까지 데려다줬다. 서울 시내에서 차가 막혀 약속시간에 늦었고 남편에게 짜증을 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동물병원을 취재하러 갔고 그사이 남편은 차안에서 나를 기다렸다. 저녁에는 취재원 모임이 있어서 다시 남편이 데려다줬다. 1차만 끝나면 가겠다고 약속하며 남편을 보냈는데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다.
그리고 기사 마감일인 목요일.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지만 출입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였다.
결국 남편과 다퉜다. 속마음은 미안했는데 말은 비뚤게 나갔다. "걱정 말고 늦게 오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일찍 들어오라고. 이중적이어 보이니까."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렇게 말한 것이 후회됐다.
내가 남편에게 한 말은 비수가 돼 다시 내 가슴에 꽂혔다. 인사를 안 하고 집을 나섰다. 출근길 내내 마음이 불안했지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사과하고 싶지만 나도 이해받고 싶었다. '당신만 힘들어? 나도 힘든데.'라고 말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내내 집중이 안돼 스마트폰으로 율이의 동영상을 반복해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이렇게 후회하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이번 주말엔 남편을 위해 집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율이를 위한 이유식도 만들어야겠다.
나도 잘하고 싶다. 육아도 일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에 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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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엄마. 기자. '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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