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by 노향

분유를 타서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만으로도 육아는 힘들지만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다.

아이가 생후 4개월을 넘기며 주변에서 이유식을 연습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트에서 파는 곡물가루 이유식을 사서 뜨거운 물을 붓고 인스턴트처럼 간편하게 먹였다. '요즘은 이런 것도 있네. 아이 키우기 편한 세상이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매일 아침 이유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비용을 조금만 들이면 나 같은 워킹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게 많았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일이 언제 그리 쉽던가.

베이비시터도 시집 어른들도 심지어 친구들까지 나를 내버려 두질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집에서 만들어 먹이는 것만 하겠어요?"

"바빠도 해 먹일 건 먹여야지."

"평일은 몰라도 주말엔 직접 만들어줘야지. 넌 엄마잖아."


누구는 안 만들어주고 싶겠어요?

평일에는 이유식을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출근할 때 아기는 잠들어있고 저녁 8시 넘어, 때로는 10~11시에 퇴근하면 이유식을 먹일 시간이 지나 있다.


일하는 동안 베이비시터에게 '율이가 이유식을 잘 먹네요.'라는 문자와 함께 사진이 오면 마음이 놓였지만 나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주말에는 찹쌀, 고구마, 사과, 당근, 브로콜리를 사고 믹서도 새로 샀다. 아가야, 엄마가 이유식 만들어줄게.


그깟 게 뭐라고. 브로콜리 물에 씻어 삶고 믹서에 1~2분 갈면 끝나는 일인데. 이렇게 힘들까.

또 한편으로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많은 책임을 내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책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쌓이는 집안일들. 반나절을 치우고 나니 몸이 나른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브로콜리를 갈았다.

율이를 앉히고 미음을 떠 입으로 가져가는데 율이가 입을 크게 벌리며 다가와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맛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사진을 찍으면서 눈물이 났다.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손을 밥그릇에 풍덩 담그고 얼굴에 묻혀가며 먹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쑥쑥 자라라, 아가야.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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