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의 첫 어린이집은 친구들도 선생님도 정말 좋았지만 친구들 대비 생일이 너무 늦어선지 늘 위축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엄마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해."
그래도 새로운 곳 적응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버티고 버티다가
갑작스러운 원아 감소로 반이 폐지됐고 일주일 내 새 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긴급 사태가 벌어졌다.
인맥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오다가다 본 국공립 어린이집에 전활 걸어 "저는 동네 주민이고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맘인데 당장 다음주 기관을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라고 sos를 쳤다.
못 구하면 출근을 못한다, 거기 자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원장님은 당황하지도 않으시고 "아시다시피 대기 규정이 있어서 시스템적으론 안되지만 우리가 인연이었다보다.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아이가 있어서 퇴소 결정을 하고 대기 1번 학부모와 통화를 마친 참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쪽도 같은 동네 부모인데 급한 사정을 들으면 양보해주실 수도 있지 않겠냐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더니 정말 몇 분 후에 상담 받고 마음에 드시면 입학하라는 통지를 들었다.
세상 일이 꼬일 때는 꽈배기 처럼 꼬여도 신기하게 이렇게도 풀리는 구나 싶었다.
담임교사와 면담 때 아이의 특징을 말해달라고 해서
친구들 앞에 서서 발표하는 데 자신감이 없고
한번 실수한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등원 거부를 오래 했다 소심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큰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 어린이집이 싫다던 율이는 입학 첫날부터 친구들이 너무 좋다며 흥분해서 난리가 났다.
하루 휴가를 내고 참여 수업을 했는데 친구들이 한번에 뛰어나와
최율, 어서 와 환영해 사랑해 보고싶었어!
한명씩 안아주며 온몸으로 열렬히 우리를 맞아주던 장면이 다시 생각해도 감동이다. 벌써 3년차가 되어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좋은 친구와 쌤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이곳에서 몸도 마음도 한뼘씩 성장했고 자존감도 키웠다. 물론 상처도 많았다.
남은 1년 코로나 종식과 함께 행복한 추억 많이 쌓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