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돌잔치를 준비하며

by 노향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왜 아이는 함께 있으면 영원히 자라지 않을 것 같은데 돌아서면 커져있는지. 퇴근 후 율이를 안을 때마다 부쩍 자란 느낌에 뿌듯하지만 한편으론 아쉽다.


다음 달이면 율이가 태어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초보 엄마아빠의 실수투성이로 채워진 1년.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스스로 대견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율이를 키우며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함을. 더구나 워킹맘으로 사는 내게 주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율이를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 가능했을지 숙연해진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남편, 생후 2개월의 아이를 맡아 돌봐준 베이비시터,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 음식점이나 백화점에서 엄마아빠가 절절매면 아이를 어르고 달래준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한명한명 떠오른다.


돌잔치를 준비하며 많은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특히 베이비시터가 그만둔 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에 사과 선물을 보냈다. 아이를 돌봐주는 동안 서로 오해가 많았지만 율이가 지난 6개월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건 베이비시터 덕분이다. 선물이 도착한 후 감사인사가 담긴 메시지를 받고 나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돌잔치 장소는 동네 음식점 중 가격이 낮고 소박한 곳을 골랐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자는 데 남편이 동의해줬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양가 부모님과 형제만 초대하자는 주의였는데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쳤다.


40명 가까운 손님을 초대하고 남은 시간 동안 답례품 고르기, 아이 성장동영상 만들기, 사회 대본 쓰기를 준비했다. 성장동영상에 넣을 사진을 고르면서는 울다가 웃으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돌잡이 물건은 실, 연필, 마이크, 공, 장난감비행기를 놓기로 했다. 공과 비행기는 건강하게 뛰어놀고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며 넓은 세상을 배우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회 대본을 쓰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돌잔치 서비스에 사회자 비용이 포함됐지만 우리 부부는 직접 하기로 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마음이 쓰이고 고민이 됐다.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쓰는 부분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다.


우리 세 식구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먼 여정처럼 느껴졌다. 지난 1년처럼 앞으로의 삶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

나는 부족함이 많은 엄마였지만 수고했고 더 힘내라고 스스로에게 응원해본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아픈 곳 없이 잘 커준 율이에게 고맙다. 율아,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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