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전쟁같은 재택근무

by 노향

일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있다. 아이를 낳은 후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나름 재택근무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그중 하나가 집 대신 카페나 만화방을 가는 것이다. 아이가 누워서 뒤집지도 못하던 시절에는 집보다 카페에서 일하는 게 더 편했다. 유모차를 옆에 두고 일하다 보면 아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잠들기도 하고 나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했다. 중간중간 울거나 보채기도 하지만 안고 흔들어주면 다시 일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기어 다니고 일어서서 벽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재택근무도 카페근무도 불가능해졌다.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통에 아이 얼굴은 멍투성이가 됐고 여기저기 울타리를 치거나 안전장치를 해도 돌아보면 어느새 예상외의 행동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상자를 밟고 소파와 책장 위를 기어오르거나 개사료를 먹는 등이다


며칠 전엔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카페를 갔다가 앞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재택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아이는 유모차에 앉자마자 카페가 떠나가라 울었다. 한 시간을 안고 달래도 유모차에만 앉히면 자지러지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양말만 신긴 채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10분 정도는 혼자서 잘 노는 듯했지만 탁자 위의 컵과 접시를 일부러 떨어뜨려 쨍그랑 소리가 카페 안에 1분 간격으로 울려 퍼졌다. 카페 안의 많은 시선이 우리 모녀를 향했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30분을 그렇게 있다가 아이는 놀이에 재미를 붙였는지 카페 안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카페 안의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길래 저렇게 아이를 방치하지? 쯧쯧….'

시간은 흐르고 일은 제자리. 답답하고 초조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달래고 안아주고 어지른 물건을 정리하고 곁눈질로 감시하며 컴퓨터를 두드리고 다시 달래고….

아이를 보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생각할수록 화도 나고 스스로가 한심했다.



아이를 보며 재택근무를 하는 건 둘 다 좋은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일의 결과물도 엉망인 데다 아이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다 지쳐 잠들고 미안함만 남는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안아달라고 팔을 내미는 아이와 그 뒤로 놓인 노트북. 내게 짊어진 두 개의 임무가 그날따라 더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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