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게 치렀음에도 힘들었던 돌잔치가 끝났다. 1년 전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간이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돌잔치를 치르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그중 아이아빠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컸다.
아이를 키우는 데 엄마아빠 중 누가 더 힘들다고 할 순 없지만 지난 1년 '워킹맘 육아아빠'로 살면서 깨달은 건 우리 사회가 아빠의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내 주변에는 육아아빠가 많지만 사회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여전히 편견이 많다. 우리 부부의 경우 그런 선입견이 없었으므로 워킹맘 육아아빠라는 길을 선택할 수가 있었지만 일상생활만 돌아봐도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는 경기도 산본은 아기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아 육아휴게실과 기저기교환대의 설치비율이 높지만 서울 도심이나 다른 도시만 가봐도 아이아빠가 육아를 하기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번은 남편과 마트 육아휴게실에 들러 아이 기저귀를 교환하는데 한 아기엄마가 혼잣말로 투덜댔다. "육아휴게실은 엄마만 들어올 수 있는데, 남자는 들어오면 안 되는데…. 우린 그냥 화장실 가자~"
일부러 우리 부부에게 들으라는 듯 비아냥대는 말투가 느껴졌다. 나는 아기엄마를 따라가서 '저기요. 육아휴게실에 엄마만 입장할 수 있다는 안내문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모유수유실은 따로 만들어놓았잖아요. 그럼 아빠들은 기저귀를 어디에서 갈아요?'라며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남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뿐인가. 키즈카페나 아이병원에 갈 때 우리 부부는 주로 같이 다니다 보니 가끔 아기엄마들이 "부부가 함께 다녀서 보기 좋아요. 우리 남편은 이런 데 절대 안 따라와요."라며 부러워하다가도 "제가 외벌이해서 남편이 아이를 잘 봐요."라고 답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내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부러운 기색이 사라지고 나를 불쌍하게 보는 표정마저 느껴졌다.
친한 동료 중 육아휴직을 낸 아이아빠가 있었다. 그에게 육아아빠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동네 아주머니들의 시선'이라고 했다. 마치 남자가 여자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육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 말이다.
그는 농담으로 '위드맘'이나 '아이엠마더' 같은 분유는 기분이 나빠서 안 산다고 할 정도였다.
TV에서는 육아아빠가 나오는 예능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 현실은 아니다. 육아아빠를 무능력하거나 유별나게 보는 시선이 사라졌으면 한다. "여자는 집에서 애나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지난 10개월 동안 내가 아이 걱정 없이 회사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육아에 전념해준 율이아빠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여보,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