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평소 집에 혼자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들뜬 마음으로 채널을 돌려가며 요즘 드라마를 봤다.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봤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주인공은 회사에선 능력 있는 팀장, 아이에겐 따뜻한 엄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왕따를 당한다. 또 남편에게는 "도대체 아이를 위해 한 게 뭐냐."며 욕을 듣는다.
아내는 외도한 사실이 들통났을 때 적반하장으로 남편에게 별거를 요구한다. 남편은 화가 나서 집을 나가버리는데 아이 문제로 며칠 만에 재회한다.
잠든 아이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순간 무엇인가 깨닫는다. 아이의 신발 한 짝이 바닥에 떨어지자 차에서 내려 도와주려고 했지만 아내는 아이를 업은 한 손으로 가방과 짐을 받치며 힘겹게 허리를 숙였다. 남편의 부재가 컸음에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해져 있던 것이다.
월급이 적어도 성실하게 일하고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 쓰레기 버리기와 요리 등을 돕는 다정한 남편, 육아에도 적극적인 가장이지만 드라마가 보여준 워킹맘의 처지는 비참한 수준이다.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고 요리를 하는 데 비해 너무 많은 집안일,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 모임에 회사일은 전부 다 주인공에게만 맡겨진다.
이런 상황이 아내의 바람을 합리화하기 위한 배경이었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기획의도나 본질은 더 심오한 내용을 담고자 했을 것이다.
아내는 왜 완벽한 워킹맘이 되려고 했을까. 그가 원한 것일까. 사회가 여성에게, 엄마에게 요구하는 역할들, 책임을 강요하면서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폭력이 드라마 곳곳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