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환상의 팀플레이

by 노향

육아는 팀플레이다. 부부 사이가 나빠도 안되지만 성격이나 성향이 안 맞아도 힘들다. 의견 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일을 크게 키우지 않는 선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는 없다. 서로 다투면서 배우고 경험을 통해 쌓인다. 상대가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도 조심하게 된다.


가끔은 이런 우리 부부의 팀플레이가 내심 뿌듯하다. 너무 사소해서 자랑할 거리도 못되지만 이를테면 이런 거다.

아이가 울면 남편이 안아서 달래는 동안 나는 물을 끓이고 분유를 탄다. 응가를 하면 남편이 기저귀를 벗겨서 돌돌 마는 동안 나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씻기고 그동안 또 남편은 수건과 새 기저귀를 준비한다.

외출할 땐 더 손발이 맞아야 한다. 남편이 트렁크를 열고 유모차를 꺼내면 나는 아이와 기저귀가방을 챙긴다. 음식점에서는 더 배고픈 사람이 먼저 밥을 먹고 다른 한 명은 아이를 돌본다. 이 모든 것을 굳이 말로서 정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할 일은 무엇인지. 더 배고픈 사람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도 "내가 먼저 먹을게." "네가 먼저 먹어."라는 말을 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비슷한 경험들이 쌓여 시행착오를 겪었으므로.


얼마 전엔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를 서로 미루다가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남편에 비해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며칠 내내 화가 나 있었다.

우울한 생각을 하며 있는데 갑자기 내가 벗어놓은 옷가지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평소 남편이 "이 옷 세탁기에 넣어도 돼?"라며 수차례 물었던 기억이 났다. '아, 그때 남편도 나처럼 화가 났었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다.


상대를 억지로 이해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해할 수 없어서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해해서 사랑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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