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화를 낼 권리

by 노향

국민 20명 중 1명이 반정부집회에 참여하고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0%로 떨어졌다. 정치뿐 아니라 기업·금융·부동산·문화·체육계까지 권력 비리에 연루됐다. 지난 한 달 동안 담당 취재분야를 막론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사상 정치인의 비리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이번 건은 가장 초대형이고 분노하는 데 저마다의 이유와 명분이 있었다.

누군가는 생계가 힘든데 권력자들이 수백억 원의 기업 돈과 국민 세금을 부정하게 썼다는 사실에 화를 냈다. 고용불안의 피해자인 청년들은 불공정한 경쟁에 좌절했을 것이다. 비리 자금을 경제에 투자했다면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나 생각해본다. 나처럼 아이를 둔 부모라면 다음 세대엔 더 합리적인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는 희망에 집회장을 향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볼 때 이런 반향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성숙도가 한층 발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주시하고 누구나 기사를 읽을 수 있으며 누구나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기록하고 공개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관련자들이 대가를 치르는 일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건은 계속 기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말에는 규모가 더 커진 집회가 예고돼 있다. 엄마로서, 그리고 기록자로서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며 최근 감명 깊게 본 버락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중 일부를 공유한다.


이 일을 하며 알게 된 것은 대통령직은 어떤 한 개인보다 큰 자리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유권자는 지지한 사람이 패배했을 때 슬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한 팀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나라가 필요한 것은 통합, 포용,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 법에 의한 통치입니다. 옳음을 향해 싸워가는 과정은 가치가 있습니다. 미국이 걸어온 길은 직선이 아닙니다. 지그재그로 걷고 때로는 후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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