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시월드는 제2의직장

by 노향

결혼 전 나는 시집에 대한 한가지 이상이 있었다. 시부모님을 친정부모님처럼 친근하게 대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가끔은 친정엄마와 딸 같은 고부관계가 등장하곤 했는데 그게 부러웠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친정엄마와의 관계가 그리 살갑지 못해서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결혼 후 이런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문제는 부모 세대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은 너무나 다르다는 데서 왔다.


친정아빠는 결혼 전후 내게 "시부모님을 잘 모시고 눈밖에 나면 안 된다."는 당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는데 나는 그 말이 싫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사회생활하셔서 옛날 분과 달라. 친딸처럼 대해주셔~"


실제로 신혼 초 시집에서 얹혀살던 시절 나는 드라마를 보다 말고 시어머니께 "어머니, 저기 나오는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엄마라고 부르는데 저도 그렇게 할까요?"라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


그 후 나는 시어머니가 정말 친정엄마인 것처럼 매일 12시까지 늦잠을 자고 시어머니가 차려놓은 아침밥을 먹고 나들이를 갔다. 당시 나는 임신 중이라 휴직했고 남편과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출근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시어머니가 화가 나서 "너는 여기 시집살이 하러 온 것이다."라며 분가를 명령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정말 분가하게 됐고 지금까지 시어머니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부모님도 부모님.'이라는 기존의 생각에는 변화가 생겼다.


시월드는 꼭 회사같다. 평일 저녁에 시부모님이 부르면 야근, 주말에 부르면 주말특근이다.

아무리 친정부모님처럼 편하게 대해주셔도 트집 잡힐 거리가 없는지 신경이 쓰이고 함께 있는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정말 편한 사이라도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함은 변함이 없다.


시부모님 입장에선 정말 나를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적당한 예의와 거리를 지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먼저 결혼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100명 중 100명이 전부 다 시부모님과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평소 잘하다가 아주 작은 실수나 잘못으로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줄 수 있는 게 고부관계라는 것이다.


하물며 부부 사이도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당연한 것이다. 이제 결혼한 지 겨우 1년 반이 지났다. 그분들이 살아온 60년 세월과 그 방식을 존중하면서 나를 이해시키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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