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어른들은 몰라요

by 노향

초등학교 입학 전의 추억은 거의 없는데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하나 있다.


1988년 일곱살 무렵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동요가 발매됐고 우리집엔 카세트테이프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노래가 정말 좋아서 하루 종일 듣고 또 들었다.

단순히 멜로디가 좋은 게 아니라 가사를 들을 때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노랫말이 공감돼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이 부분에서는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다.


아이에게 뽀로로를 틀어주다가 추억의 '어른들은 몰라요'를 다시 듣게 됐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감정을 잊고 살았는데 신기하게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30년 전처럼 울었다.


그 시절 어린이에서 이제는 딸에게 '어른들은 몰라요'를 불러주는 어른이 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취재차 청소년 정신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집단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부모의 학대를 당한 피해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병원이자 대안학교였다.


열다섯살 안팎쯤 됐을까. 아이들 눈빛은 불안했고 말투나 몸짓은 한눈에도 제 또래들의 수준보다 낮음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부모에게 배웠을 예의나 대인관계의 기술이 서툴고 세상에 갓 나온 아이처럼 먹을 것을 두고 다투거나 심지어 높임말을 쓰는 방법을 모르기도 했다.

이곳의 아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가정환경이다. 부모에게 맞거나 학대를 당하는 아이도 있지만 요즘은 맞벌이부모가 많다 보니 학교생활의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


이들이 사회로 돌아오려면 병원보다 부모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아이들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치료를 방임한다. 남의 시선 때문에 "내 아이는 문제없어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등의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라기까지 부모의 책임은 양육과 보호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은 '나로선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합리화로 책임을 애써 외면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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