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왜 애를 다치게 해?

by 노향

어제 아이가 식탁의자에서 떨어져 볼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아이아빠가 농구하러 간 사이 일어난 일이라 가슴이 철렁했다. 하루 종일 애를 보는 남편은 한 번도 다치게 한 적이 없는데 겨우 두 시간 보다가 큰 상처를 냈으니 원망을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상처나 부상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양육자로선 자책을 피할 수가 없다.

아무리 주의해도 아이는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가 돌보는 사이 생긴 사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나마 부모가 돌보다 생긴 사고는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지만 할머니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아이가 다쳤을 땐 여러 사람이 힘들어진다. 양육자는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모르고 부모는 내색을 안 한다고 해도 서운함을 감추기가 어렵다.


한번은 시어머니와 형님에게 아이를 맡겼다가 다친 적이 있다. 아이 손톱을 어른 손톱깎이로 깎이다가 손가락 살이 움푹 파여나갔고 내가 발견했던 당시는 이미 고름이 굳어 딱지가 앉은 상태였다. 나는 엉엉 울며 시어머니와 형님을 원망하는 말을 남편을 향해 했다. "엄마가 알아서 깎일 텐데 무식하게 어른 손톱깎이로 깎느냐고." "설령 실수로 그렇게 됐어도 엄마인 나한테 말은 해줬어야 하는 거 아냐?" "아프다고 표현도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하며 울었다.


하지만 막상 시어머니나 형님에게 따지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두 분이 "그러게 누가 애를 맡겨놓고 일하러 다니래? 그렇게 못 미더우면 직접 보지 그래!"라고 반격할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이 맡겨놓고 일하는 엄마는 마음 놓고 원망도 못하는구나.' 생각하며 한동안 우울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자잘한 상처에 눈도 꿈쩍 안 할 만큼 강심장이 됐지만 여전히 아이를 내 눈앞에서 떨어뜨려 놓을 때는 마음을 졸인다.

아이는 누가 돌봐도 다칠 수 있고 그것이 양육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책임은 분명하다. 주의를 더 기울이면 큰 사고는 피할 수 있는 게 사실이고 자라면서 한 번도 크게 안 다치는 아이들도 많다.


다행히 남편은 왜 애를 다치게 했느냐고 나를 질책하지 않았지만 엉뚱한 데서 욕을 먹고 말았다. 친구에게 어제 일을 얘기했더니 "애가 다치는 건 엄마 잘못이지. 왜 의자 위로 기어올라갈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어."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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