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워킹맘의 둘째 계획

by 노향

새해 많은 계획과 소망 가운데 한가지 갈팡질팡하는 것이 있다. 2세 계획이다.


첫째아이 하나도 제대로 건사 못하는데 무슨 둘째냐는 사람도 있다. 맞벌이부부가 2~3살 터울의 자녀형제를 키우는 일은 전쟁만큼 정신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둘째 계획을 고민하는 데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컨디션이 나빠져 하혈하다가 산부인과 진단을 받으러 갔는데 주치의가 난임센터를 다니라고 권유한 것이다. 내 나이와 의학적인 난임 기준 때문이다.


피임 없는 부부관계가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때 임신이 안되면 난임으로 보는 데다 내 신체적 나이를 고려하면 새해 당장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노산에 가깝다.


의사는 진료를 받아보라고 설득했지만 사실 우리는 당장 둘째를 낳을 형편이 안됐다.

1년 만에 다시 육아휴직을 내는 것도 어렵고 지금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언젠가 낳고는 싶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크다.


첫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의사소통이 수월해질 때쯤 둘째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지금으로선 2년 후, 아무리 빨라야 1년 후 둘째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러던 중 같은 팀 동료 두명의 아내들이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첫째들 나이가 같아서 함께 엠티 가고 집들이 모임도 했던 사이라 축하할 소식이지만 내가 이런 처지다 보니 불안하기도 했다. 동료들 부인과 만났을 때 축하인사를 건네며 나는 임신이 안돼 고민이라고 말했더니 "저도 회사를 다녔으면 둘째는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라며 위로했지만 그 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 친한 선배 중 한 명은 둘째를 낳고 싶은데 남편의 반대에 부딪친다고 했다. "하나도 버거운데 둘은 절대 안 된대. 우리는 딸아이 한명만 키우기로 합의했어."


하지만 나는 워킹맘이라서 더욱 둘째가 필요하다는 주의다. 온종일 집에서 아이와 놀아줄 수 없다면 아이 혼자 빈집을 지키게 하고 싶진 않아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맞아줄 수 없는 것은 워킹맘의 가장 큰 비애다.


전임 팀장 중 초등학생 딸 한명을 키우는 엄마가 있었는데 기사 마감일마다 아이 혼자서 버스를 타고 회사에 왔다. 회의실에 앉아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동료들도 안쓰러웠다고 했다.

만약 형제가 있었다면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나는 그래서 둘째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만은 확고하다. 아이를 아예 안 낳았으면 모를까 하나만 낳아서 외동으로 키우며 맞벌이하는 건 더 막막하다.


그게 언제냐의 문제일 뿐이다. 얼마 전 회사 송년회 때 상사 두 분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도 힘들어 아등바등하면서 하나를 더 낳는다고?" "아이를 낳더라도 빨리 복귀만 해주면 고맙지."


현실적으로는 이런 수위의 반응이라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뉴스를 보면 "이래서 내가 여자들이랑 같이 일하기가 싫어." "둘째 낳으면 회사는 그만두는 거지?"라는 상사의 말에 좌절하며 사직서를 쓰는 여자들이 많다.


요즘은 2주가 멀다 하고 임신테스트를 하는 마음이 혼란스럽다. 내가 임신을 원하는 건지, 원하지 않는 건지 나조차 헷갈린다.

너무나 바라는 아이지만 막상 임신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 경력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이는 누가 돌보지, 율이도 아직 어린데 둘을 키우는 게 가능할까….

지금 임신하면 대책이 없다는 걱정과 임신을 더 늦춰선 안된다는 불안. 새 생명이 생기는 건 감사하고 축복받을 일임에도 워킹맘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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