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말 이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데 남편만 모를 때, 나도 힘든데 사소한 일로 화를 낼 때, 나 혼자 아등바등하는 것 같은 이 순간이 끝도 없이 영원할지 모른다는 불안…. 차라리 혼자서 키워도 지금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내게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며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넌, 그런 남편이라도 있잖아."
한 번은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세돌 된 딸아이가 어린이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에서는 다른 집 엄마들이 숟가락과 밥그릇을 들고 아이를 따라다니는 동안 친구 딸은 밥을 먹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어 엄마들을 놀라게 했다.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집 앞에 잠깐 나갈 일이 생겨도 세 살배기 딸이 강아지와 집을 지키고 있겠다고 말한단다.
나는 아이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떼쓰며 어리광 부릴 아이가 엄마를 덜 힘들게 하려고 그렇게 일찍 철이 들었나.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은 부부 두 사람이 힘을 합해도 어려운데 독박 육아는 지옥이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버텨내는 것이다.
이혼이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은 사라져야 하지만 사회와 주위의 도움도 절실하다.
육아로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은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 투정으로밖에 안보지만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반나절만 맡겨봐도 중도 포기하고 두 손 두 발을 다 들 것이다.
율이도 돌이 지나면서는 부쩍 떼를 쓰거나 뭐든 엄마 아빠의 뜻과 반대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옷을 입히려고 하면 벗고, 밥을 입에 넣어주면 뱉었다가 뺏으면 달라며 울고, 높은 곳에 올라가 엄마 아빠가 기겁하면 즐거워서 더 높이 올라가는 등이다.
하루 세 시간 육아를 하는 나에게는 이런 아이의 엉뚱함마저 사랑스럽고 신기하지만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주양육자에게는 끔찍하다.
지난 주말 남편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해서 잠시 동안 독박으로 육아했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농구공도 던져보고 점토놀이를 하고 뽀로로도 보여줬는데 시간은 더디게만 갔다. 떼쓰는 아이를 혼내면 자지러지는 통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졌고 육아의 고달픔을 마음속 깊이 이해했다.
가끔 전업주부 아내들이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하면 수시로 전화가 와서 결국 서둘러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육아의 어려움을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이해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