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유아 사회생활의 첫걸음

by 노향

예전에 베이비시터가 해준 말이다. "옛날 어른들 말씀에 아이 키울 땐 옆집에도 놀러 가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와 둘이 놀 땐 칭찬할 일도 옆집에선 혼내게 되거든요."


육아방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준과 일관성인데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것이 뒤죽박죽된다. 평소 같으면 혼내지 않을 일이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무개념 엄마로 보이지 않기 위해 죄 없는 아이를 잡는다.


지난달 율이를 처음으로 문화센터에 보냈다. 문화센터 수업을 참관해보니 그때 베이비시터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을 보이고 위험한 장난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를 달래거나 혼도 내지만 누군가 지켜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훈육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화센터에 가서는 내 뜻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친구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장난감을 빼앗으려고 할 때마다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다른 집 아이에게 사과하느라 혼이 쏙 빠진다.

반대로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를 밀치거나 넘어뜨리면 그 집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타이르거나 혼내지 못한다. 내 아이는 혼내도 남의 집 아이는 못 혼내는 것이다.


어제는 문화센터를 두번째로 갔는데 수업시간 40분 내내 우리 아이는 다른 집 아이들보다 더 산만하고 집중하질 못했다. 선생님이 우체통에 편지 넣기를 가르치면 다른 아이들은 편지를 넣으려고 서로 경쟁하는데 우리 아이 혼자만 친구들의 편지를 빼앗으려고 발버둥치는 식이다. 택배상자를 장난감 크레인에 올려놓기 놀이를 할 땐 다른 집 아이들이 대부분 줄을 써서 차례를 지키는 반면 우리 아이는 새치기하는 것도 모자라 크레인 위로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썼다.


선생님이야 이런저런 성격의 아이를 경험해봤을 테니 율이가 아이들 중 가장 어려서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집 엄마들에게는 눈치가 보여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 아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땐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통제하지 않으면 장난이 점점 심해져 결국은 제지할 수밖에 없게 되지만 최대한 아이의 자율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 다른 집 아이 구분하지 않고 공동체생활의 질서를 가르침으로써 내 아이가 다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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