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 아빠바보 율이

by 노향

주양육자와의 차이가 이런 걸까. 율이는 엄마인 나를 좋아하지만 '엄마와만' 있는 건 싫어하는 것 같다. 평소엔 서운하기보다 '율이가 아빠를 많이 좋아하고 따르는구나.' 생각하지만 때로는 정말 난감한 일도 있다.


지난 주말 남편 친구들의 모임에 율이를 데리고 갔다. 오랜만의 모임이니 남편은 친구들과 신나게 술도 마시며 얘기를 나누도록 하려고 내가 구석에서 율이를 돌봤다. 그런데 율이가 자꾸만 아빠에게 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여줘도 소용없고 멀리 있는 아빠에게 가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통에 식은땀이 났다.


결국 남편이 와서 율이를 안아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활짝 웃는 게 아닌가. 친구들은 한마디씩 "율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네~"라고 말했다.

귀갓길에는 대리운전을 호출해 운전석 옆에는 남편이, 뒷자리에는 내가 율이를 안고 탔다. 율이는 소리를 지르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가 아빠에게 안기니 울음을 뚝 그쳤다. 심지어 방긋방긋 웃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리운전 기사님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아이가 신기하게도 엄마 대신 아빠를 좋아하네요~"


친한 친구들은 가끔 이런 우리 부부와 율이의 모습을 보고 부럽다고 한다. 아이가 아빠만 따르면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한 만큼 나는 덜 힘들기 때문이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율이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 하루 12시간과 지난 1년을 어림잡아 2880시간이 우리 사이를 이렇게 멀어지게 만든 걸까 생각하며 마음이 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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