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저출산은 재앙일까

by 노향

한 번은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가는데 한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앉아있어?"라며 호통을 쳤다. 내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 바로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더 큰 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임산부잖아요! 여기 가방에 임산부 배지 달려있고만. 다른 자리도 많은데 왜 그래요!"

나는 너무 놀라 감사한 마음보다는 그만 벙벙하고 말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멀리 구순은 돼 보이는 백발노인이 서있는 게 보였다. 만원 지하철이라 서로 잘 안 보이는 위치였던 데다 주변의 누군가 자리를 양보하겠지 생각하며 기다리다가 마지못해 할머니를 불러 앉혀드렸는데 사람들이 혀를 찼다. "아이고, 애 가진 여자가 자리를 양보하네. 저를 어째 쯧쯧."


이것이 매스컴의 힘일까. 첫째 율이를 임신했을 때만 해도 임산부 배지는 아무런 힘이 없었는데 불과 2년 사이 사람들의 인식이 참 많이도 변했구나 알 수 있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고 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머지않아 재앙이 닥칠 거라는 경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손이 많아야 하는 농경사회도 아니고 경제 고성장기도 지났는데 굳이 아이를 많이 낳아서 좋을 게 뭘까. 일자리는 AI가 대체할 것이고 생산력 감소나 노후정책은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말이다. 많은 인구가 오히려 잉여인력을 만들고 지구환경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 주변을 봐도 저출산을 걱정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정부 고위직들이다. 마치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아야 애국'이라며 세뇌교육을 시키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젊은 사람들은 하나만 낳아서 키우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부부 합의 하에 아이를 안 낳는 딩크족도 느는 추세다.


어떤 삶이 올바르고 행복한 지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아닌 자신들 스스로가 판단하면 될 일이다.

내게 율이와 산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지만 꼭 두 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너도 한번 낳아봐. 생각이 달라질 거야."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많은 도시생활자에게 맞벌이가 숙명인 시대, 일과 육아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나도 둘째아이를 가진 후 매일 고민하는 것이 과연 계속 회사를 다니며 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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