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부모의 싸움으로 상처받은 아이

by 노향

어젯밤 정말 심한 부부싸움을 했다. 나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지방의 친정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 동안 남편도 화를 내며 집을 나가버렸다.

아마 남편은 자기가 먼저 집을 나갔으니 내가 아이를 두고 나가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화가 나 이성을 잃다시피 한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이는 뭔가 불길한 낌새를 눈치챘던 것인지 발을 동동 구르며 공포에 질려 울었다.


마음이 찢기는 고통이 느껴졌고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 자책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나는 냉정하게 문을 나섰다.

남편이 집 근처 어딘가 있다가 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마지못해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탔고 남편이 1층에서 기다린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안도했다.

약 1분의 시간 동안 아이의 숨넘어가듯 우는 소리가 빌라 안을 울렸다. 난생처음 당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엄마아빠가 화를 내며 집을 나가버렸고 우는 자기를 내팽개친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아이는 한동안 넋을 놓은 것 같았다. 아이에게 얼마나 두려운 1분이었을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잠깐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나는 엄마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이 목을 조이는 듯했다.

그런데 너무 미안해서 엉엉 우는 나에게 율이가 와 눈물을 닦아줬다. 자기를 울린 엄마를 안고 달래줬다.


완벽하진 않아도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티 없이 천사 같은 웃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너와 달리 나는 점점 형편없는 엄마가 돼가는구나.


회사후배에게 울면서 이 일을 털어놓았을 때 “엄마도 사람이에요. 실수할 수 있죠.”라는 말은 조금 위로가 됐다. 하지만 시간을 다시 돌릴수 있다면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073. 아이의 엉뚱함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