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며 크게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때로는 작은 병치레에도 병원이나 응급실을 달려가게 되는데 그 자체만으로 힘이 든다. 어린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 자식이 아니라도 코끝이 찡하다.
큰일 없이 병원을 나서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편으로는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틀 전 대형사고가 터졌다.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던 중 아이 손이 엘리베이터 문틈에 끼어버린 것이다. 남편은 계단으로 내려가고 나만 아이와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3~4초의 짧은 시간인데도 나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이 빠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힘을 줘 잡아당겼고 아이가 자지러지듯 우는 소리에 남편이 달려왔다.
아이 손을 살펴보니 약간의 찰과상과 피멍이 생겼다. 공휴일이라 가까운 응급실로 갔는데 의사가 육안으로 확인 후 더 큰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소아응급실이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을 가보라는 것이다.
그때서야 가슴이 철렁했다. 응급실을 가는 길 내내 무섭고 걱정이 되는데 남편은 욕을 했다. 혹시 뼈에 금이 갔을 수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는 의사 말에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차로 10분, 엑스레이 촬영 30분, 전문의 진료를 받기까지 약 1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 남편 말로 그 사이 내 얼굴은 한 50년 정도 늙은 것 같다고 했다.
내 부주의로 여린 율이의 손가락에 금이 갔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 몸서리나는 일이었다.
"엑스레이론 이상 없고요. 아이들 뼈는 물렁해서 잘 부러지지 않아요. 그래도 촬영해야 어머니 마음이 놓일 것 같아 한번 해본 거고 크게 놀라실 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친절한 의사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말했고 그제야 나는 숨이 쉬어졌다.
율이가 아주 어린 갓난아이 때 생초보엄마였던 나는 아이가 울기만 해도 응급실에 전화를 걸곤 했다.
대부분은 의사나 간호사가 증상을 전해 듣고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 불안하다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하는 식이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응급실을 갈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 문제는 워낙 조심스럽기에 의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마음이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비싼 진료비를 생각하면 큰 사고가 아닌 이상 하루만 참았다가 가도 될 일이지만 아이가 아픈데 돈이 아까워 병을 키운 결과가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과 다투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육아의 길은 정말이지 멀고도 험하다.